• 이게 문화 차이(?) 일까요??
  • 조회수: 102 | 2024.06.26

이게 문화 차이(?) 일까요??

 

 

안녕하세요. 만널이입니다. 이제 여름이네요.

 

한국도 엄청나게 덥죠?? 여기는 무시무시한 여름이 시작됐어요. 

 

 

한낮 최고 기온이 45도를 기록하고 있고 밤, 새벽에도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아요.

 

 

낮에는 너무 뜨거워서 정말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할 정도예요 ㅠㅠ 선글라스를 쓰고 출퇴근하는 친구도 많아요. 그런데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오지 않았다는 거예요...ㅎㅎ 

 

8월엔 낮 기온이 50도 이상 올라가거든요…^^;; 요즘 한국에 휴가를 다녀와서 그런 건지, 날이 더워서 그런 건지 몸이 축축 처지더라고요.

 

그래도 지난주부터 ‘EID’ 이드라고 부르는 사우디의 큰 공휴일이 2주간 계속되고 있는데 덕분에 정규 수술 없이 널널하게 일하고 있어요. 다행입니다.ㅎㅎ

 

 

오늘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제 동료에 관한 이야기예요 아침밥 때문에 약간의 논쟁?이 있었거든요.

 

올 초에 신규가 들어왔어요. 인도 친구들인데 말이 신규지 인도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경력을 쌓은 친구들이라 사실상 경력직이죠.

 

아무튼 이 친구들이 왔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여기선 첫 달에 월급을 받기가 힘들어요. 여기 은행 계좌가 있어야 그 계좌로 급여가 입금되는데 외국인이 처음 입국해서 계좌를 개설하려면 시간이 걸리거든요. 보통 한 달 이상 걸리기 때문에 둘째 달에 월급을 한꺼번에 받게 돼요.

 

그래서 월급을 받기 전까지 병원 식당에서 하루 3끼 무료로 음식을 제공해 줘요.

 

근데 문제는 아침밥을 주는 시간이 오전 7시부터인데 업무시간이 7시부터 시작이어서 7시 이후에 식당에 가기가 애매한 거예요. 수술이 8시에 시작이라 7시에 출근해서 인계받고 수술 준비를 시작하는데 안 바쁜 날은 30분 정도 만에 준비가 끝나지만 바쁘면 더 오랜 시간이 걸려요.

 

처음 출근하면 holding area에서 환자를 받는 거부터 연습하는데 어차피 환자가 8시쯤 돼서 오기 때문에 딱히 할 일이 없어요. 그래서 holding area 근무 때는 출근해서 밥을 먹고 와도 괜찮아요. 이후엔 수술 방에 어사인이 되는데 초반엔 프셉과 같이 배정돼요.

 

그래서 방에 어사인 된 초반에도 출근 후 아침을 먹으러 가도 크게 상관이 없어요. 원칙은 3개월간 프셉과 함께해야 하지만 경력직이라 사실 한 달 만에 독립해요.

 

 

문제는 독립한 후에도 이 친구가 계속 아침을 먹으러 가는 거죠.

 

그러면 이 친구와 함께 방에 배정된 친구가 혼자서 수술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는 거죠.

 

 

한 번은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미팅이 있었어요. 근데 그 미팅이 많이 길어졌고 8시가 돼서야 끝이 났어요. 방에 수술 준비도 못 했는데 환자는 이미 holding area에 도착해 있는 거죠. 빨리 한 명은 수술 준비를 하고 한 명은 환자를 받아야 하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사라진 거죠. 여기는 8시에 환자를 수술 방에 푸시하지 않으면 마취과가 엄청나게 재촉해요. 환자를 빨리 인계받고 방에 가서 수술 상을 펴고 있는데도 그 친구는 오지 않았어요.

 

마음은 급한데 그 친구는 보이지 않고... 짜증 나고 바쁘고… 그렇게 환자를 방에 모시고 왔더니 그제야 나타나더라고요. 제가 어디 갔었냐고 물어봤더니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할 말이 없었어요.

 

진짜 진짜 화가 났는데 우선 수술부터 끝내고 차지 널스에게 보고를 했어요. 또 다른 필리핀, 말레이 친구들에게도 상담했어요. 근데 친구들도 이 문제로 이미 불만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저는 밥은 출근 전에 먹고 오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물론 출근해서 본격적으로 일하기 전에 간단히 과자나 커피 정도를 먹을 순 있죠. 여기도 그렇게 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밥 먹고 오기 바쁘니까요.

 

그런데 출근 후에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오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업무 시간이잖아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저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그 친구는… 잘 모르겠어요. 이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건지… 차지 널스도 인도 사람인데 다행히 제 말에 공감은 해요.

 

하지만 그 친구에게 절대 세게 말하지 않아요. 출근 전에 밥을 먹고 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식당에서 밥을 받아와서 휴게실에서 빨리 먹으라고 얘기를 해요...;;

 

그리고 가기 전에 같은 방 동료들에게 말하고 가라고...;; 근데 말하고 안 하고가 문제가 아니잖아요.

 

결국 출근 이후에 밥을 먹는 건 변함이 없는 거죠. 한 필리핀 친구는 ‘그러면 나도 내일부터 아침 먹고 와도 되겠네? 우리 다 먹으러 가자. 왜 우리는 안돼?’라고 말하며 대놓고 비꼬기도 했죠.

 

사실 먹는 거로 뭐라고 하는 게 쪼잔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그냥 밥 먹으러 가도 저도 그렇고 다른 친구들도 그렇고 혼자 수술 준비하고 그 친구에겐 아무 말 안 했어요.

 

그런데 환자가 왔는데도 밥 먹으러 가는 건 좀 아니지 않나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솔직히 밥 한 끼 안 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저도 안 먹고 왔는데... 환자도 동료도 놔둔 채 그렇게까지 끼니를 철저히 챙기는 게 너무 밉상이더라고요.

 

뭐... 밥이 정말 중요한 사람일 수 있죠.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일 수 있죠. 근데 본인이 그런 사람이라면, 출근 전에 먹고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출근 후에 꼭 그 무료 급식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요. 물론 월급을 못 받았으니 받을 때까지 우리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긴 했어요.

 

하지만 솔직히 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이제 갓 취업한 것도 아니고, 인도에서 수년간 돈을 벌다가 왔는데, 아침밥 살 돈이 없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돈 만 원이 없을 리는 없잖아요.

 

결국 그 친구는 월급 받을 때까지 꾸준히 출근 후에 아침을 먹으러 갔어요. ㅎㅎ 사실 저도 신규 때 무료 급식을 먹었어요. Holding area에서 근무할 땐 식당에 가서 먹고 쉬다가 온 적도 있었어요. 친구들이 밥 먹고 오라고 등 떠밀어 보내고 했었죠.

 

하지만 한국에서 일한 습관 때문인지 방에 어사인 된 후로는 친구들에게 미안해서 밥 먹으러 못 가겠더라고요. 그래서 안 먹고 같이 도와서 일을 했죠.

 

물론 모든 인도 친구들이 그런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친구뿐만 아니라 같이 입사한 다른 인도 친구 한 명도 같이 밥을 먹고 오더라고요.

 

‘수술 준비 다 하고 잠깐 먹고 오는 건데 뭐 어때서?’ 라고 생각하는 거겠죠? 그런 걸 보면 이것도 문화 차이?라고 이해하면 될까요?

 

아니면 돈을 쓰기 싫었던 걸까요?

 

먹는 거로 제가 너무 쪼잔하게 굴었던 걸까요?

 

여기는 다국적 스태프들이 일하는 곳이니 앞으로는 나의 기준에서 판단하지 말자. 내 생각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저 친구는 나와 많이 다르구나’라고 생각하자. 이런 마음가짐으로 지내고 있어요.

 

그래도 그 친구랑 큰 트러블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ㅎㅎ

 

또 다른 동료들과도 싸우거나 서로 감정 상하거나 하는 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긴 선후배 관계가 아니라 모두 친구 관계라 트러블이 없는 거 같기도 합니다. ㅎㅎ

 

 

오늘은 그냥 시시콜콜한 얘기 한번 해봤습니다.

다음에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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