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실 업무 스트레스...
  • 조회수: 412 | 2024.03.29

수술실 업무 스트레스...

 

 

여러분 안녕하세요. 만널이입니다. 여기는 이제 슬슬 더워지려고 하는데 한국은 어떤가요? 이제 완연한 봄 날씨가 됐나요? 한국은 곧 벚꽃이 피겠죠?

 

여기는… ‘꽃놀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ㅎㅎ 한국에 사시는 여러분들이 참 부럽습니다 ㅠㅠ

 

오늘은 제가 일하는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제가 받는 업무 스트레스에 대해서요.

 

예전에 제가 여기선 어떤 수술들을 주로 하는지 말씀드린 적이 있죠? 그때 얘기했듯이 메이저 수술이 별로 없어서 출근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아요. 한국에서는 다음 날 메이저 수술에 대한 불안감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는데 여기선 그런 게 없어서 좋아요.

 

하지만 한국과 비교해서 가장 큰 단점은 수술 물품이 제때 공급이 안된다는 점이에요. 한국에선 물품을 담당하는 시니어 선생님이 따로 계셨고 저희는 그냥 필요한 거 가져다 쓰면 됐었어요. 선생님이 물품 공급해 주는 회사 직원분과 전화 통화로 간편하게 주문하고 다음 날 바로 배송받는 등 물품 공급에 어려움이 없었어요.

 

하지만 여기는 달라요. 물품 구매하는 직원이 따로 있는데 제가 담당하고 있는 GS 수술에 필요한 물품 중 재고가 부족한 걸 파악해서 그 직원에게 구매 신청을 해요. 그러면 그 직원은 컴퓨터 시스템에 제가 주문한 수량을 입력해서 다음날 병원 외부에 있는 창고(?)로부터 배송을 받아요.

 

여기까지는 한국과 뭐가 다른가 싶죠?

 

문제는 시스템에 등록된 수량이 다 떨어졌을 때가 문제예요. 시스템에 주문할 수 있는 수량이 0개일 경우, 그 물품 재고를 시스템에 다시 입력하는 과정이 엄~~청 복잡하고 힘들어요. 제 생각에는 병원에서 회사에 돈을 주고 물품을 받아와서 재고 입력하면 심플하게 해결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왜 쉽게 안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도대체 언제 주문할 수 있는지, 물품이 없고 수술은 예정이 돼 있는데 왜 빨리빨리 처리하지 않는지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이해할 수 없어요.

 

예를 들면 복강경 수술을 하려면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집어넣을 수 있는 트로카(trocar)가 필요한데 시스템에 트로카 재고가 없는 거죠. 트로카 재고를 제가 체크해서 미리 담당 코디네이터, 물품 구매 직원에게 언제쯤 다 소진될 것 같으니 추가로 구매해 달라고 연락을 해요.

그런데 말씀드렸다시피 시스템에 재고가 0개가 되면 더 이상 주문이 안돼요. 알 수 없는 절차를 거쳐서 시스템에 다시 재고 등록이 돼야 주문을 할 수 있는데 정말 죽어도 재고 등록이 안돼요. 왜 바로바로 안되는 건지.. ㅎㅎ 결국…  주문을 못 하겠죠? 그럼 서전들에게 트로카 재고가 얼마 안 남았고 주문이 안된다고 단체 톡 방에 메시지를 남겨요.

 

여기까지가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죠.

 

근데 문제는 이 사실을 알고도 복강경 수술이 잡혀요. 환자는 수술 전날 입원을 하고 수술 당일에 수술방에 와요. 수술 직전에 서전이 들어오면 미리 얘기했지만 한 번 더 트로카가 없다고 얘기를 해요.

 

그러면 왜 없냐고 저에게 컴플레인을 하죠. 하나도 없냐, 다른 대안이 없냐 등등 환자를 수술방에 눕혀 놓고 대안을 찾아요. 그걸 왜 수술 직전에 얘기해야 하나요. 제가 뭘 할 수 있겠어요.. 물품이 없는걸.. 사전에 수술을 안 잡아야 되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물품이 빨리 구매될 수 있도록 힘을 쓰던지요. 저 혼자 걱정하고 저 혼자 마음 졸이고 하는 게 정말 스트레스예요 ㅎㅎ 물론 서전들과 서로 존중하면서 수평적으로 얘기하는 관계라서 크게 막 화내고 그런 건 아니지만 그냥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거 자체가 큰 스트레스예요.

 

근데 또 어느 날 갑자기 물품 구매 직원이 외부 창고에 업무차 나갔다가 직접 물품을 몇 박스 들고 와요. 그러면 제가 이거 어디서 가져왔냐 물어보죠. 직원이 말하길 외부 창고에 쌓여 있대요… 근데 시스템에 재고 등록이 안되니까 우리는 주문을 할 수가 없고 자기가 간 김에 그냥 몇 박스 가져왔다 이렇게 말해요. 정말 이곳의 업무 방식을 이해할 수 없어요.

 

또 GS 물품은 거의 모든 과가 사용하는 기본 물품들이라서 재고 체크와 주문을 정말 자주 해야 해요. 거의 매일요. 수술하느라 바쁜데 짬 내서 체크하고 주문하고 하는데 그러다가 실수로 놓쳐서 어떤 물품이 없으면 또 왜 없냐고 그러고.. 재고 관리 스트레스가 상당합니다 ㅠㅠ  

 

또 여기는 1회용 물품을 한번 쓰면 다 버리는데 한국에선 일부 물품들을 씻어서 기계로 멸균 과정을 거친 후에 한 번 정도 재사용을 종종 했었거든요. 그래서 물품이 모자라거나 그러지 않았었는데 여기는 무조건 버리니까 정말 응급한 상황에 재고가 없는 경우가 왕왕 있었어요.

 

물론 disposable 제품으로 나온 거니 여기처럼 쓰고 버리는 게 맞지만 한국은 여기만큼 돈이 많지 않으니… 저희 병원은 아주 작은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물품은 물론 수술비도 다 공짜인데 한국은 물품 비용도 다 환자에게 청구 되니까요.

 

오늘은 수술실 업무 중 제가 스트레스 받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 봤는데 수술실 선생님들 중에 공감 가는 분들이 계실까요?? 아마 없으시겠죠?? ㅎㅎ

 

 

여기는 이제 다음 주면 라마단이 끝나요.

라마단 기간 동안 꿀 빨고 있는데 ㅠ 아쉽네요.

환절기인데 감기 조심하시고 다음에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만널이 블로그 : https://blog.naver.com/b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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