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환자
  • 조회수: 3712 | 2018.01.23

두 명의 호흡기 환자들을 맡았습니다. 

한 명은 영어를 못하고 confused하다고 했는데,

환자를 밤새 맡아보니 confused한게 아니라 depressed된 것 같았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건 그냥 무시하고... 그래서 영어를 못 알아듣는 것처럼 보였던 거고요.

체위변경을 하던 석션을 하던 손사래를 치며 막 거부해서 confused해 보였던거죠.

보호자가 환자가 영어를 못한다고 말한 이유도 있지만요.

암튼, aspiration 히스토리가 있던 환자인데다 가래가 많이 생겨서 

계속 석션을 해줘야 하는데 석션 팁을 입으로 물고 안 놔줍니다. 

그러더니 어느순간 그 없는 힘으로 주먹을 쥐어 제 얼굴 뺨 한쪽을 때리네요.

그래서 제가 "Don't ever touch my face again!" 했더니 

말을 못하는 그 순간에도 얼굴로는 "Whatever! I will punch you again!"하며 

다른 한손을 휘둘러 제 얼굴을 또 때리려고 하더군요. 

결국 RT를 불러 팔 두 개를 잡아내리고 석션을 했습니다. 

나와서 RT에게 저 환자에게 맞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을 했죠.

그랬더니 "Oh I know... she already did several times." 하네요.

다음날 인계온 친한 간호사에게 그 환자를 인계주었습니다. 

조심하라고.... 그 없는 힘으로 너에게 침뱉을지도 모르니 얼굴 다 덮는 mask 쓰고 들어가는게 

좋겠다고 조언도 했죠. 

그날 밤 돌아와 같은 환자를 인계받았는데 데이번 간호사가 그럽니다.

석션하려고 하니 자기 팔을 잡더랍니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그 환자가 팔을 잡고는 손톱 끝을 이용해 살을 있는 힘껏 비틀어 꼬집더래요.

결국 그 간호사 다음날 팔 안쪽이 시퍼렇게 멍들었습니다. 

보는 제가 너무 짜증이 났죠.

 

다른 한 환자는 such a gentleman이였습니다.

내가 너무 자주 부르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늘 사과하고, 

내가 너무 무거운데 자꾸 체위변경 해달라고 해서 사과하고, 

뭘하던 고마워하던 그런 환자였지요.

(자주 부르거나 요구하거나 하는 환자도 아니였어요.)

그런데 그 환자를 맡은 3일 내내 환자 상태가 참 안 좋았습니다. 

저 위에 말한 데이번 간호사가 이 환자도 같이 맡았는데 인계를 주고 받을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팠죠. 이렇게 심성 고운(!) 환자가 왜 이렇게 아파야하지? 

왜 이렇게 약이 들질 않지? 뭘 어떻게 더 해줘야 나아지지?....하고 늘 얘기를 나눴죠.

그러다 어제 큰 딸아이 학교 volunteer 하러 학교 가있는데 그 간호사로부터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환자가 사망했다구요. 순간 좀 먹먹해지더라구요.

3일 근무 마치고 아침에 나오면서 그 손 꼭 잡고 꼭 나아지라고,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말하고 나왔는데 며칠 안되어 사망했다고 하니 실감도 나질 않고요.

병원일한지 몇 년이나 되어 환자가 퇴원하고, 사망하고 하는 거에 많이 익숙해지긴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이렇게 emotionally involved 되는 상황이 생기곤 합니다.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네요.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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