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환자들 진료하기
  • 조회수: 138 | 2020.09.28

처음 URGENT CARE를 시작할 때 제일 좀 겁나는 환자는 소아과 환자였다.

 

 

내가 Family Nurse Practitioner, FNP이니까 아이들도 당연히 진료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이들을 내가 진료 할 수 있을지 심히 부담이 되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10살 이상만 보겠다고 했다가 나이를 점점 낮추어서 8살, 6살 까지 낮추었다.

왜냐하면 환자를 못 본다고 자꾸 다른 데로 가라 하면 위에서 싫어하고 친구 말대로 잘릴지도 모르는 일, 조심해야 되겠다고 생각을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이들은 어디가 심각하게 아프면 놀지도 않고 엄마를 본체도 안 하고 활기가 없이 늘어져 있으면 주의를 해서 진료를 해야 한다 했다.

 

 

하지만 열이 많이 나고 엄마가 심각하게 여기저기 아이가 아프다 할지라도 엄마 옆에서 까불고 놀면서 엄마 옆에서 안 떨어지려는 애들은 별 탈이 없는 애들이라는 것을 강의 중에 들은 것이 기억이 났다.

MA들에게  애가 오면 일단 나 먼저 부르라고 했다.

 

 

환자가 오면 무엇 때문에 왔는지 너무 궁금한 나는 진료실에서 나와서 잠깐이라도 프런트 데스크로 갔다가 새 환자가 온 것 같으면 "저 사람 왜 왔어요." 하고 낮은 목소리로 묻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단 하나, 혹시라도 내가 감당 못할 환자일까봐 노심 초사 하는 데서 오는 반응이었다.

 

 

회사에서는 소아과 환자들을 불편하다고 자꾸 못 본다고 하는 사례가 많은 데 모든 urgent  care  provider 들은 의무적으로 2살 이상부터는 진료를 해야 하고 training이 더 필요한 사람은 회사 내의 pediatrician이나 Ped  NP에게 가서 더 training을 받게 해주겠다고 했다.

 

 

조금씩 아이들을 보기 시작하니 처음처럼 겁나고 무섭지는 않았지만 회사 내 Ped  NP에게 가서 하루 배우면서 모르는 것도 많이 물어보고 소아과 애들은 약도 몸무게에 따라서 계산해야 하니 어떤 약을 얼마 정도 써야 하는지도 배우고 왔다.

그녀는 본국에서 소아과 전문의였기 때문에 미국 전문의 면허만 없지 아이들 보는 것은 자신이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NP school을 다녀서 NP가 되었고 어차피 미국 소아과 전문의를 못 따느니 NP를 하면 환자를 전문의처럼 볼 수 있으니 NP가 되기로 했고 남편은 본국에서 two star장군이라면서 사진을 보여 주었다.

사진 속의  정복 차림 장군님은 늠름하고 핸섬해 보여서 내가 느낀 대로 말했더니 그녀는 좋아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upper respiratory infection이 많으니 몇 번 해보니까 다 거기서 거기였고 일단 약만 주면 엄마들은 아이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모두들 좋아라고 하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오면 아픈 애만 오는 게 아니고 그 집 애들은 줄줄이 사탕으로 다 따라와서 대기실은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언제나 소란스럽고 아이들 울음도 많이 들렸지만 이젠 그것도 익숙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갈 때는 내가 잊지 않고 꼭 부탁하는 말이 있다.

“다음번에는 urgent care로 오시지 말고요, 꼭 아이가 다니는 소아과 닥터한테 가세요.”

 

 

한 번은 부부가 이제 두 살이 된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그야말로 애가 축 늘어져 있고 열도 많이 나고 맥박도 빨랐다.

내가 만져도 다른 아이들처럼 운다거나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나는 부모에게 "나는 NP인데 소아과 환자들을 진료하긴 하지만 아드님은 소아과 전문의가 봐야될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애가 왜 이런지 모르겠으니 아이를 위해서 번거롭겠지만 병원 응급실로 가시라, 미안하다" 했더니 부부는 솔직하게 말해주어서 고맙다며 병원으로 가겠다고 했다.

 

 

또 한 번은 1살 된 아이가 왔는데 설사를 심하게 며칠간 했다는데 탈수 증세도 보이고 애가 그야말로 축 늘어져 있었다.

아이 엄마는 아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보였는데 몸을 검은 천으로 가린 중동 여인이었다.

이 아이도 응급실로 가라고 했더니 그녀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나는 좀 놀라서 그녀를 감싸 안으면서 "왜 그러느냐, 아이 아빠랑 같이 오지 그랬냐" 했다.

왜냐면 아이가 아프면 나도 그랬지만 대개 엄마 아빠가 다 출동하니까, 그랬더니 그녀는 갑자기 울음을 크게 터트리면서 대답을 하였다.

“난 난민촌에서 미국으로 왔어요. 아이 아빠는 거기서 총에 맞아 죽었어요. 애가 이렇게 아플 때마다  난 차라리 죽고 싶어요.“

남편이 죽었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몇 살이냐 물었더니 그녀는 계속 흐느끼며 “저는 22살이에요“하는 데 나도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22살에 과부가 된 이 젊은 엄마가 미국에서 겪을 모질고도 험난한 인생길이 내 머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보조원에게 얼른 택시를 부르라 하였고 택시가 왔을 때 그녀는 애를 안게 하고 나는 그녀의 유모차를 들어서 택시 안에 실어 주었다.

그녀는 계속 흐느끼며 고맙다고 하였다.

그렇게 그녀는 갔는데 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택시비랑 점심값이라도 좀 쥐여줄 걸 그 생각을 못 한 내가 참으로 원망스러워서 우울한 하루를 보냈다.

 

 

이 젊은엄마는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 가끔 생각나는 환자이다.

 

 

하루는 urgent care에 갔더니 소아과 환자가 아침부터 줄줄이 6명이나 왔다.

한 집 애들이 둘씩 셋씩 한꺼번에 다 진료를 받으려고 오는 경우는 보았지만 이렇게 많은 소아과 환자가 한꺼번에 계속 오는 것을 보지 못한 나는 MA에게 "어떻게 이렇게 애들이 많이 오느냐" 했더니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제 근무한 사람이 자기는 소아과는 안 보니까 내일 오면 다른 사람이 봐줄 테니 내일 오라고 했단다.

다행히 애들은 그야말로 다 까불고 노는 애들이어서 내가 다 진료를 하기는 했다.

 

 

아이들이 다 가고 난 후, 난 내게 혼잣말을 했다.

 

 

"아니 도대체 누가 누구 덕을 보려는 거야. 나도 소아과 환자는 겨우겨우 보는데.. 모르면 나처럼 가서 배우고 올 생각이라도 해야지, 어떻게 자기 환자를 다 나한테 넘기냐?"

 

 

그리고 얼마 후, 그녀는 소아과 환자를 전혀 보지 않아서인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소아과 환자를 못 본다고 버티다가 권고사직을 당한 것 같다는 소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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