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rderline personality 환자의 비애
  • 조회수: 514 | 2018.11.05

환자가 왔는데 들여보내도 되느냐고 보조원이 물었다.  그러라고 하고 무슨 이유로  왔나  컴퓨터를 보니  방문 이유가 빈칸으로 되어 있었다. 보조원들이  환자 바이탈을 재면서 왜 왔는가 묻고는  그 이유를  대충 적어 놓는 데 , 틀리는 때가 많아서 내가 고쳐야 하는 적도 많지만 , 그래도 환자가 왜 왔나 궁굼증을 풀어 주는 데 많이 도움이 되었다.

 

이상하다, 왜 아무 말도 안 적었을까? 환자를 만난 순간 그 궁굼증이 순식간에 풀렸다.

    

나: 어떻게 오셨나요 ?

환자:  (상처난 팔을 내밀면서),  이 팔의 상처가 괜찮은지 확인 하려고 왔는데요. 이거 문제없을까요 ?

 

환자의 팔을  본 순간  난 너무 놀라서 정말 기절이라도  할 것 같았다.  환자 상태가 갑자기 위중해지거나 이상해지면 무섭다고,  겁난다고 설쳐 대는 날 보고, 의사 제이가  그런  나를 보며  한번은 정색을 했다.   “아니 간호사를  그렇게 오래 하고도 아직도 놀랄 일이 남아 있습니까?” 하고 그가 나를 놀렸는 데 ,이런 놀림을 받은 것이 10년도 넘지만 난 지금도 쉬지 않고   환자 때문에 많이 놀라고  허둥대고 또  설쳐대고 있으니 나도 참 못 말리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환자 팔은 예리한 물건으로 일부러  만든 아주 얕은 깊이의  자상이 있었는 데  상처 자체는 거의 아물어서  별로 문제 될 것이 없었지만 문제는 그 자상의 실체였다.  그녀의 팔에는 . “FAT”  이라고  여러 군데 쓰여 있었고 왼쪽 유방에도 있다고 보여 주었다.  나는 너무나 무섭고 겁이 나서 정말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다.  왜 오늘 일을 한다고 했을까?  난 참으로 쓸데없는 후회까지 하고 있었다.

 

나: 아니 어떻게 이렇게  팔에다  이런 글씨를 쓸 수가 있지요 ? 누가 그랬어요 ? 도대체 무슨

     물건으로  이렇게 상처를 냈나요 ?

환자:  내가 그랬어요. 면도날로요.  다 내가 그었어요.

 

난  내 귀를  의심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나: 그러니까 지금 이 상처가 면도날로  자신이 만든 상처란 말입니까?

 

못된 남자  친구가 그랬을 거라는 내 예상을 뛰어넘는  환자의 대답이었다. 나는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하고  또 화가 나서 환자의 팔을 잡아 흔들며  다시 물었다.

 

나: 도대체  왜 그랬어요 ? 왜 자기 팔에  이렇게 면도날로 상처를 냈어요?

환자:  나  borderline personality  환자에요.

나:  Borderline personality  라니요 ? 정신과 환자란 말인가요?

환자: 네,  나 정신과 환자에요.

나 :…………………(borderline 은 무슨    borderline, 완전히  정신병 환자네 .이미)

     팔  이렇게 긋고 나서  정신과 의사 만났어요 ?

환자:  네, 만났어요.

나:  당신 정신과 전문의가 뭐라던 가요 ?

환자:  NEW YORK PRESBYTERIAN HOSPITAL  정신과에 가서 입원하래요.

나:  (어랍쇼?, 말도 안 돼 , 왜 하고많은 병원 중에 우리 병원에 오나 ?  이렇게  확실한 정신병자가

     우리병원 으로 와요 ? 누구를 힘들게 하려고 ?)

 

환자의 말에 수년 전 우리병원 정신과가 미국 내에서 5번째 안에 드는  우수한 병원으로 선정됐다 는  잡지 기사에  다른 간호사들과  별 과가 다 우수한 병원에 뽑혔다고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났다.

“이 환자 의사도 우리병원이 정신과  치료  잘 한다는 것 들었나 봐.  별일이네,왜 우리병원으로

보내려는 지 모르겠네 정말. “  환자는 의사에게 들은 말을 옮겼을 뿐인데  나는 속으로 환자 정신과 의사에게  혼자 화를 내고 있었다.

 

나: 그런데 왜  입원 안 했어요 ?

환자:  New York Presbyterian Hospital 에 찾아가서 입원하려고  전화를 했더니요, 정신과 병동

          입원실이  꽉 차서 빈 베드가 없대요. 그래서 못 갔어요.  우리 의사가 계속 전화해 보래요.

나:  (Oh, my God,  우리 병원 정말 정신과 치료  잘 하나봐, 어쩌면  빈 베드도 없냐?)

     그랬더니 당신 의사가 뭐라던 가요 ?

환자: 자기가  강제로 입원시키고 싶지 않으니까  내 발로 가서 입원 하래요. 그러려구요.

          혹시  당신이 나 강제로 정신 병원 집어넣는 거 아니지요 ?

나: 당신 의사가 당신 발로 가서 입원하라고 해서 당신이 병원 알아본다는 데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어요?   당신 의사가 알아서 하겠지요.

환자:  고마워요. 그럼 내 팔의 이 상처는 어때요?  낫는 약 좀 주세요.

 

환자의 자상은 면도날로 그었다는 무서운 비하인드 스토리에 맞지 않게 얼마나 살짝 그었는지  아주 잘 아물어  있었다.  약이 필요 없는 상처지만 그녀는 약을 원헀고 난 그녀가 보통 환자와 다르니까 바르는 항생제를 주기로 했다.  그래도 그녀에게 들은 정신병력이  겁이나서  매니저 의사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자살할 것  같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면도날로 그었다지만  얼마나 살짝 그었는지 5일 전에 그랬다는 데 sign of infection이 전혀 없는 걸로 보아 자살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하였더니  항생제만 주고 보내라고 하였다.

 

환자는 칼로 그은 상처를 가리고 싶어 했다. 정신과 문제가 있는 환자들이 가는 데이 케어에  가는 데  ( 참 미국엔 별 데이 케어도 다 있구나.  나도 처음 듣네,   나같은 사람한테 허리가 휘청하도록 세금으로 뜯어가서 가서 좋은  일도 많이 한다니까. 좋은 나라에요.)  다른  환자들이 그녀의 상처를 보고 자극을 받아서 똑같은 일을  할지도  모른다면서 팔의 상처를 가리지 않으면 오지 마라 했단다. 긴  팔 옷은 더워서 입을 수가 없으니 팔을 가려 달라는 그녀의 팔을 난 하얀 붕대로 감아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양팔을 감아 주면서 말을 했다

 

나: 자신이 뭐가 그렇게 뚱뚱하다고 이런 짓을 했어요.  세상에 뚱뚱한 사람이 어디 하나 둘이에요?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 줄 알아요? 당신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는 이런 짓 하지 마세요. 세상은 날씬한 사람만  사는 데가   아니에요. 내 말 명심해요.

 

이쯤에서 내 붕대 감기는 끝이 났고 나는 그녀를  꼬옥 안아 주면서  다시 한 번 당부를 했다.

 

“다시는 이런 짓 안 하는 거지요? 나 하고 약속해요 .“  환자는 눈물을 흘렸다.

 

어쩌다 이런 몹쓸 병에 걸렸을까? 이제 겨우 24살 인데 …. 오, 하느님………..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통을 지금까지 겪으며  살았을까?  앞으로 또 얼마나 고통을 당하며 살까? 하느님, 이 환자 좀 도와주세요…………. 나는 기도가 절로 나왔다.

 

그녀가 가고 난 후 난 보조원들에게 앞으로 이 환자가 오면 extra ordinary  nice 하게 대해 주어야 한다고 당부를 하였지만 보통 환자 때문에  놀라는 때보다  훨씬 더 크게 놀란 나는 오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어쩌면 난 이런 환자들의  이런 큰 아픔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여태 살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사랑받으면서 자랐고 언제나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우선순위를 정해 놓고 쉬지않고  달렸던 나를  생각해 보니 괜히 이 환자한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는 이렇게 마음이 아픈 사람도  몸이  아픈 사람처럼 똑같이   힘든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고 자신에게  당부 또 당부를 하였다.

 

 

 

 

English for healthcare professionals 에는 의학영어 회화뿐 아니라 ......카더라 통신이 아닌 미국에서 간호사 로 근무하는 저자가 쓴 미국 간호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수록 되어 있습니다. 책 구입을 원하면 click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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