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월함에 대하여
  • 조회수: 1108 | 2018.10.01

지금은 9월 23일, 오후 6시 즈음.

일주일간의 짧은 한국 여행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기내에서 글을 씁니다. 고국 방문은 못내 아쉽거나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지만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알차고 후회 없는 여행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며칠 전 인사동에서 한 지인을 만나 식사를 하고 근처에 있는 교보문고에 들렀습니다. 인사동과 교보문고를 잇는 동선은 12년 전 제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 전까지 일 년에 몇 번씩 가지던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마침 점심 약속이 그 근처에 있어 다시 반복해 보았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멈춰진 것 같았습니다. 몇 개의 건물과 도로가 전혀 새로운 모습이었어도.

 

교보문고에 들렀을 때 진열된 책들 중에 반가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얼마 전 글에서 여러분들에게 아마존 베스트셀러 작가 아툴 가완디의 <Being Mortal>을 추천한 적이 있는데요...그 책이 이미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더군요. 이 책을 꼭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노인 간호를 하시는 선생님들은 도움이 많이 될 거에요.

 

당연히 이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 샀고 오늘 인천공항에서 탑승 전에 들른 서점에서는 같은 저자의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책도 샀습니다. 한국어 번역본을 읽어보며 역시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틈틈이 그의 모든 책을 읽어 보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이번 글은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읽으면서 생각한 것을 함께 나눠 보고 싶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해 봅니다. 나 자신의 업무 성과를 가끔 평가해 봅니다. 물론 어떤 Tool에 의해서 측정한 것은 아닙니다만 제 스스로 나의 업무평가를 해 보았을 때 중중, 혹은 중하 정도이지 않을까 늘 생각했습니다. 왜 자신의 업무에 대해 이렇게 박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을까.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닙니다. 가장 큰 원인은 게으름, 변변치 못한 재능, 대충 일 처리 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러운 것은 나 스스로 탁월한 일꾼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라는 책을 구매한 이유도 책 제목과 나의 일에 대한 그 바람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아툴 가완디는 미국에서 「낭성섬유종」을 앓는 환자들의 생존율이 병원마다 크게 차이 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여러 병원들을 방문하여 의사들의 진찰 과정을 관찰하였습니다. 그의 관찰에 의하면 생존율을 높이는 가장 큰 비결은 호흡기계 합병증 예방과 의사들의 높은 목표의식을 뽑습니다. 낭성섬유종에서 환자에게 가장 위협적인 사망원인은 호흡기계 합병증이기 때문입니다. 그 합병증을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최고의 예방을 위해 높은 목표를 세워놓고 결코 타협하지 않는 의사의 근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합니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핵심을 파악한다. (낭성섬유종의 대부분 환자의 사망원인은 호흡기계 질환이다)

그 핵심 사항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최고의 노력을 기울인다.(한 의사는 1% 가능성도 차이가 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결코 양보하지 않는 노력을 기울인다)

  

이 두 가지가 조건이 충족될 때 환자 생존율이 많게는 16년 이상이라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든다고 보고합니다. 똑같은 질환으로 어떤 병원의 환자는 30세까지 살고 다른 병원의 환자는 46세까지 산다면 엄청난 차이겠지요. 

  

외과 의사인 저자도 이 결과의 차이를 보며 자신의 수술결과에 적용하며 반추합니다. 비록 자신의 수술 평가를 객관화하여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지만, 만약 자신의 수술 평가가 바닥을 기는 수준이라면 매스를 놓을 것이라고 합니다. 글에 나타난 저자의 섬세함을 보았을 때 그의 업무 수준이 그렇게 낮을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요. 나 또한 이 글을 쓰면서 나의 간호업무를 더 냉정하게 평가해보고, 더 나은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핵심이 무엇일까 또 그 핵심을 결코 양보함 없이 밀어붙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이코노믹석의 좌석에서 눈을 감고 생각해 봅니다.

 

파레토의 법칙이 있습니다. 핵심 20%가 80%의 결과를 낸다는 이태리 경제학자의 이론이지요. 쉽게 설명하면, 동네 빵집의 20%의 빵 제품이 80%의 수익을 가져다준다, 핵심 빵 가게를 찾는 20%의 고객이 80%의 수익을 갖고 온다는 경제학 이론입니다. 핵심에 집중하자는 것입니다. 

 

최근에 시작한 가정방문간호업무의 핵심 20%는 무엇일까? 

여러분의 핵심 업무 20%는 무엇입니까? 

  

또한 그 핵심 업무를 결코 타협함 없이 최고의 수준에 도달시키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나오는 한 의사는 환자가 호흡기 질환 발병률이 0.5% 와 0.05%가 있다 해도 (둘 사이에 별 차이점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환자의 치사율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며 주저 없이 0.05%의 목표를 선택하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공산품이야 에러가 나면 폐기하면 되지만 의료계의 미세한 실수가 환자의 생명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작게 보이는 업무들에 우리는 열정을 쏟고 있는지요. 

 

 

우리가 최고의 결과를 내지 못할 때 재정 지원의 열악함, 과도한 업무량, 동료들의 비협조 등을 핑계 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부정적 조건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를 결심하고 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여러분은 어떤 간호인입니까? 

탁월함이 우리의 성품을 묘사하는 한 단어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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