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 47세에 미국 ER간호사로 시작하다!
  • 조회수: 27735 | 2017.12.05

너스케입 교육 수강생 1호  NCLEX-RN 합격자이자, 미국에서 ER간호사로서 시작하고 활동하고 계신 미국 LA Good Samaritan Hospital 응급실 간호사, 나선주 선생님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지금 근무하고 있는 병원과 업무, 역할에 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 있는 Good Samaritan Hospital 응급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우리 병원은 STEMI 와 STROKE 전문병원이라 중환이 많아 바쁜 병원 중 하나입니다. 동시에 STROKE 과 STEMI 신환을 받기도 하고, 흔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CODE 환자 두 명이나 심한 경우 세 명을 케어하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주 응급실은 간호사와 환자의 비율이 1:4로 정해져 있지만, 중환이 많은 경우에는 한 번에 ICU bed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 3명 + 일반 환자 1명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중환자실 bed가 나더라도 환자 상태가 STABLE 해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intubation을 하고 ventilator를 달고 있는 환자가 이동할 수 있는 컨디션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사실상 상당히 일의 강도는 심하지만 일이 너무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Charge Nurse가 조절해줍니다. 가령 tPA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1:1을 해야 해서 합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12시간 근무, 데이와 나이트로 나뉘지만, 응급실의 경우에는 mid shift라는 것이 있어서 9-9, 10-10, 11-11, 12-12, 1-1, 2-2, 3-3 등등의 근무를 하는 간호사가 있습니다. 우리 병원은 9-9, 11-11, 1-1, 3-3 근무가 있고, 저는 3년가량 나이트를 하다가 최근에 11-11 근무로 바꿨는데, 일은 나이트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미국 간호사를 꿈꾼 특별한 동기가 있으신가요? 미국을 선택한 이유는? 

 

저는 만일 출산 후에도 계속 대학병원에 남아있었더라면 아마도 미국으로 갈 생각을 안 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병원에 다니면서, 늘 새로운 시술이나 최첨단의 검사방법, 의료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나 자신이 적극적이고 진취적이지 않아도 늘 자극을 받고 깨어 있어야 하고 나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해야 하는 병원 분위기를 좋아하였고 환자로부터 인생이나 삶에 대한 통찰을 배울 수 있었기에 저는 많이 만족하면서 살았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둘째를 낳은 후 병원을 그만두게 되었고, 다시는 그 병원에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다, 큰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한국에서 도저히 아이를 잘 키우고 교육할 엄두가 나지 않아 해외로 나가자는 마음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뉴질랜드,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영국, 미국 등을 놓고 고민하던 차에 너스케입 온라인 강의를 듣고 운 좋게 NCLEX를 패스하면서 좀 더 많은 기회가 있고 발전된 간호를 배우고 싶어 미국으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남편이 미국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어서 적응하기가 좀 수월할 것 같았고, 실제로 많은 도움과 지지가 되었습니다.

 

너스케입 교육센터 온라인 엔클렉스 과정 수강생 1호 합격자시기도 하시죠? 합격하고 한참 후에 미국에 가신 것 같아요, 공부부터 취업까지 과정, 준비 기간이 궁금합니다. 

 

정말 오래 걸렸습니다. 2004년 2월에 NCLEX 합격하고 2005년에 미국 병원 인터뷰에 합격, 2006년 비자 스크린 취득하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았는데 이민 수속이 지연되면서 기다림이 시작되었습니다. 2011년에 비자 스크린 만료되는 바람에 2012년 비자 스크린을 다시 받아야 했고, 2012년에 대사관 인터뷰까지 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면서 미국 병원 측에서 재고용확인서를 주는 것을 거부하는 바람에, 새로운 스폰서를 찾아서 2013년에 미국으로 오게 되었어요. 말로는 쉽지만, 큰애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미국 병원 인터뷰를 했는데 결국 큰애가 고1 때에 미국으로 왔네요. 비자 스크린을 다시 받고, 다시 스폰서를 찾는 과정에서 만일 아이들이 없었다면 아마도 포기했을 것 같아요.

 

미국병원 취업 시 한국의 간호사 경력이 필요한가요? 모두 인정이 되나요?

 

병원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저희 병원은 한국 간호사 경력의 50 %, 최대 5년만 인정해줍니다. 그러니까 한국 경력이 10년이었다면 50%인 5년을 인정을 해 주는 것이죠. 한국 경력이 20년이면 5년인정, 한국경력이 4년이면 2년만 인정해주는 셈입니다. 그런데 2000년 초반에는 한국 경력을 100% 인정해 주었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한국경력이 있더라도 미국 병원경력이 없어서 3개월간의 오리엔테이션을 받도록 배려를 해주어서 수월하게 적응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의료환경, 문화를 마주했을 때의 느낀 한국과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의료환경은 다른 점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우선 미국은 모든 환자가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의료수가도 많이 비쌉니다. 한국은 원무과에서 수납을 먼저 하고 들어오고, 수납해야 퇴원을 할 수가 있지만, 미국은 일단 퇴원한 후에 청구서를 받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은 돈을 안 내고 환자가 도망가버리면 큰일이지만 미국은 자살 위험이 있는 환자가 아니면 별로 신경을 안 씁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문제가 있으면 입원을 시키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응급실의 경우에는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환자의 family doctor에게 보냅니다. 또 한국은 병원에서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일이 거의 없지만 미국은 의료보험에 따라서 수시로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냅니다. 의료 문화의 경우도 많이 다른데, 동료를 인정하고 서로 존중을 하는 것이 가장 다른 것 같아요. 의사의 경우 담당 간호사에게 늘 의견을 물어보고 환자의 상태에 대해서 서로 토론하고 경청하고 존중해 줍니다. 처음에는 토론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좀 어리둥절했는데 서로 존중하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병원에서의 힘든 점, 인종차별을 겪거나 인간관계의 어려움은 없나요? 본인만의 극복하는 방법은?

 

여기가 LA라서 그런지 특별히 인종차별이 심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그런데 어디든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말이 통하든, 인종이 어떻든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 특유의 서비스 마인드나 공손함이 상당히 플러스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연히 하던 대로 하는데 간혹 동료들이, 제가 일하는 것을 보면 한국에서의 의료서비스가 얼마나 질적으로 발전되었는지 가늠을 할 수 있다고 감탄하고 격려를 해줍니다. 그리고 설령 인종차별이 있다고 해도 그건 저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문제인 것이지요. 어느 날, 흑인 환자가 왔는데 많이 무례한 환자였어요. 자기는 혈관이 없어서 놓기가 아주 힘이 든다며, 자기가 여러 번 왔는데 첨 본다느니 하면서 제 영어를 못 알아듣는 듯 여러 번 물어보더라고요, 마침 다른 간호사가 왔는데 아주 반색을 하면서 아는 척을 하길래, 바로 일을 넘겨주고 나왔습니다. 그냥 기분은 좀 나빴지만 내 영어가 문제인가 보다 언제나 영어가 늘려나 하고 약간은 의기소침해졌습니다. 퇴근하는데, 히스패닉 테크니션이 저에게 자기는 그 환자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면서 그 환자가 너에게는 괜찮았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테크니션 말로는 자기가 심전도를 찍으려고 하는데 하도 깐죽거려서 다른 테크니션에게 부탁을 했다며, 그 사람이 오로지 흑인만을 원하더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제가 영어를 잘 못 하는 것을 너무 잘 인식하고 있기에 늘 문제가 생기면 나 스스로 상처를 주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부탁을 한 간호사도 다른 테크니션도, 심지어 그날의 의사도 모두 흑인이었던 거예요. 때로는 저 자신의 열등감이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도록 방해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나 자신 이외에서 먼저 이유를 찾아보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도전하기까지 나이 때문에, 영어 실력 때문에 여러 이유로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조언해주세요.

 

저는 만 47세에 미국 병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늙은 나이가 아닙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엔 77세인 할머니도 있습니다. 아주 건강하고 경험이 많아서, 아무도 성공 못 한 Foley 잘 해내고요. Pre-Op center나 nursing supervisor 그리고 lab에서 일하는 간호사 중에는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들어 보일 만큼 나이가 많은 간호사도 있습니다. 돋보기를 쓰고 독수리 타법으로 천천히 컴퓨터 차팅을 하는 할머니 간호사 보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만큼 일할 수가 있으니 장점인 셈이죠. 나이가 많아도 한국 사람은 배우는 것이 빠릅니다. 물론 영어는 나이가 많으니 그리 빨리 늘지 않더군요.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간호사가 지녀야 할 자질이나 자세인 것 같습니다. 저는 bedside nursing을 그리워했습니다. 물론 아이들도 큰 요인이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죠. 자신의 의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영어는 아이엘츠 점수가 5점이든 8점을 받았든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지 절대로 네이티브처럼 될 수 없습니다. 일은 한국이나 여기나 다를 바가 없지만 팀워크를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는 Trauma center가 아니지만, 간혹 칼에 찔렸거나 총상을 입은 환자를 응급실 앞에 내려놓고 가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경우, 모든 간호사가 달려들어서 함께 일을 합니다. 오히려 다들 일을 도와주니까 다른 환자를 볼 때보다 훨씬 편합니다. 간혹 임상경력의 공백을 걱정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은데, IV 같은 경우는 한국인보다 잘하는 간호사를 찾기 힘들 정도이고 Skill은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니까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요. 처음에는 L-tube (미국에서는 NG Tube라고 부릅니다) 삽입에 자신이 없었지만 만 3년이 지난 지금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병원 밖의 미국 생활은 어떻게 보내세요? 

 

사실 미국 생활은 한국에 비해서 많이 심심한 편입니다. 일주일에 3일을 일하다 보니 3일 근무+ 4일 오프, 다음 주는 4일 오프 + 3일 근무 이런 식으로 근무를 하면 따로 휴가를 받지 않아도 충분히 여행을 다녀올 수가 있습니다. 더 많이 쉬려면 휴가를 내면 되고요. 아이들이 여름방학 3달 정도, 11월에 추수감사절, 겨울방학 2주, 그리고 봄방학 1주 이렇게 쉬기 때문에, 가능한 한 여행을 많이 갑니다. 요세미티나 데스밸리, 라스베가스 같이 가까운 곳도 다니지만 덜 알려졌지만 좋은 곳이 있으면 캠핑을 가기도 하고 때로는 차를 빌려서 콜로라도, 유타, 몬타나 등 멀리 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아직 안 가본 곳이 많아서 주로 미국 내를 다니지만, 동료들은 1달 정도 휴가를 내서 칠레나 페루 등 남미나 아이슬란드, 핀란드 등 외국 여행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싱글인 동료들끼리 같이 하와이나 크루즈 여행을 가기도 하는데 가족이 있던 싱글이든 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나름대로 장점이 있습니다. 

 

 

한국 간호사로서 미국 응급실에서 일하는 전망은? 

 

저는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가장 적응하기 쉬운 곳 중의 하나가 응급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모두가 어려워하는 전화로 오더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의사가 늘 상주를 하니까요. 그리고 대체로 오픈된 공간에서 일하게 되므로, 서로의 환자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해서 서로 챙겨줄 수가 있습니다. 저 환자 때문에 많이 바쁜지, 중환이 없어도 손이 많이 가는 환자가 있어서 곤란한지, 즉시 문제를 해결하는 편인지, 느려 터졌는지, 의사결정이나 우선순위를 잘 정해서 일을 잘 하는지 아닌지, 일하는 스타일이 어떤지, 어떤 면이 강점인지, 환자의 성향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Charge Nurse나 다른 간호사들이 서로 보호해줍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간호사는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특유의 성실함, 뛰어난 손재주, 빠른 판단력 등을 응급실이라는 특수한 환경 덕분에 인정받기가 아주 쉽습니다. 

 

Nurscape 편집부(nurscape@nurscape.net)
※ 인터뷰이 상시모집 ☞ http://goo.gl/Q0iF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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