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시간 근무
  • 조회수: 12096 | 2017.03.29

둘째가 태어난 후로 전 목,금,토 나이트 근무만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2주 단위로 주말근무를 의무적으로 하게 되어있는데,
저처럼 육아문제며 기타 다른 문제 때문에 주말 근무만 신청해 일하는 간호사들이 몇 있습니다.
그런 간호사들 덕분에 주중 근무를 원하는 간호사들은 주말 근무 없이 주중근무만 하기도 하지요.
 
 
 
지난 목요일 근무가 힘들지 않았는데,
집에 와서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내니이모가 와서 아기를 보고 있는데 이 놈 둘째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지러지게 울면서 우유도 안 먹고 짜증내고....
그 우는 소리에 두시간 반 겨우 자고 일어났더니 온 몸이 다 쑤시더라구요.
괜히 머리도 아파왔고요. 그래서 병원에 전화걸어 환자가 많지 않으면 HC를 달라고 했습니다.
일종의 call off, time off 같은 거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병원에 환자가 별로 없고, 그 날 일하는 간호사들이 상대적으로 많으면
그렇게 집에서 쉬고 싶다고 요청한 간호사 우선, 또는
평소 휴가를 받지 않은 간호사 우선으로 해서 mandatory time off 시간을 줍니다.
"오늘 환자 없다. 일단 집에서 쉬어~" 하고 말이죠.
 
 
다행히 오후 다섯시 좀 안되어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병동에 환자가 많지 않아 HC를 주겠다. 그런데 네 시간이다.....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오고 있어서 11시쯤 들어와 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요.
4시간이라도 이게 어디냐~하고 집에서 쉬면서 잠도 좀 잘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9시 좀 넘어 다시 연락이 왔네요.
응급실에 환자가 계속 들어오고는 있는데 입원환자는 없어서 안 와도 된다고.
그.런.데.... 또 네 시간 HC랍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정말 드문데요.
보통 12시간 근무중 첫 4시간 HC를 받고나면 그 간호사를 병원에 불러 일을 시킬지,
아니면 그냥 집에 두게 해서 쉬게 할지를 결정하는데 또 네시간만 time off를 준다고 하면
새벽 3시에 출근을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새벽 3시에 출근해 아침 7시반까지 네시간 반 근무하러 나와 기분 좋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건 정말 courtesy에 대한 문제라..... 주임간호사들이 중간에서 대신 싸워서
대부분이 11시 전후로 "나머지 8시간이라도 병원에 불러 일을 시킬지, 아니면 그냥 
집에서 쉬게해 12시간 전체 time off를 줄지."를 결정하거든요.
아기 데리고 자던중에 그 전화 받고 응...알았어....하고 다시 잠들고 말았는데.
1시쯤 그냥 눈이 떠져서 거실에 나와 컴퓨터를 하고 있자니 전화가 옵니다.
 
 
"응급실에 입원환자가 많아서 와야 할 것 같아."
뚜둥~
 
 
뭐 어차피 깨어있고 나가서 네시간이라도 일하자.
얼마나 간호사 부족하면 그러겠나....하고 나갔습니다.
새벽 2시 반에 출근하는데 집 근처 하이웨이(병원까지 가려면 하이웨이 두 개를 타야합니다.)가
완전 뻥 뚫려 근처에 차가 하나도 없더라구요. 불빛이라곤 제가 운전하는 차에서 나가는 
불빛이 유일한..... 무서워서 백미러를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
하이웨이 타던 중엔 일부러 가운데 길로만 운전해 갔네요.
밤엔 야생동물들이 하이웨이로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 차에 치이기도 하는데,
잘못 큰 놈들(!) 치게 될 경우 차가 제대로 박살날 수가 있거든요.
예전에 제가 뉴멕시코 여행가서 하이웨이에서 운전하던 중 야생들개를 한번 제대로 들이받았는데
차 앞 부분이 다 박살나서 경찰한테 리포트하고 렌트카 새로 받아 나온 적이 있었어요. 
 
 
암튼, 그렇게 병원에 도착해 병동 들어가니 주임간호사가 눈치봅니다.
이렇게 새벽 3시에 출근하는 간호사 표정이 좋은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요. ㅎㅎㅎ
전 예전에 아버지가 병원에 chemo 받으러 다니실 때 병실 없어 발 동동 굴렀던 경험이 있어요.
엄마가 제발 병실 좀 달라고 병원 1층에서 울며 사정하셨던 때도 있었죠.
그런 경험 때문인지 간호사가 부족해 입원 못하는 사람의 심정이 갑자기 빙의(!)가 되어 
그렇게 눈치보며 제 눈도 잘 못 쳐다보는 주임간호사에게 웃어주며 
"어떤 환자 받으면 돼?"하고 물었습니다.
Tele랑 PCU 병동이 꽉 차서 대신 중환자실에 올라오는 그런 환자였네요.
상태는 stable했는데 응급으로 시술 및 치료를 해야하는 환자여서 빨리 입원시켰어야 했습니다.
환자 받자마자 상태 확인하고 입원차팅 다하고 나니 바로 응급으로 치료 들어가네요.
시간이 2시간 반이나 남아있어 환자 한명 더 받을라나?....하고 대기하고 있는데,
그날 그렇게 네 시간반 일하면서 PCU 환자 한명 딸랑 받고 끝났습니다. 
So easy. 
 
 
그리고 다음날 12시간 정규근무를 들어갔더니 주변 간호사들이 난리가 났어요.
"She(주임간호사) shouldn't do that to you."
"That's not so nice."
어떻게 time off를 그따위로 주어 집에서 쉬고 있는 간호사 네시간 꼴랑 근무시키려고 
새벽 3시에 출근시킬 생각을 했느냐며 주임간호사 욕을 막 합니다. 
그 앞에서 "나는 괜찮았는데? 뭐 얼마나 간호사가 필요했으면 그랬겠엉~"하고 말았습니다만.
주변 간호사들은 너가 그렇게 반응하면 그 주임은 다른 간호사들에게도 
새벽 3시에 나와 네시간 일하라고 요구할꺼다...그건 정말 nice한게 아니다...라고 하네요.
그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긁적긁적.
이전 병원에서는 일할 때 이렇게 새벽 3시에 나와 일을 해본적이 없었거든요.
암튼 지나간 일이고.... 그렇게 근무한 당사자인 저는 별 문제 없었고.... 해서 
그렇게 말하는 주변 간호사들에게 "I see...."하고 말았는데 
병원내 직원 이메일함을 열어보니 그 날밤 그 주임간호사가 이메일로 Thank you card를 보내왔네요.
그날 그렇게 불러 미안했는데 웃는 얼굴로 나와서 환자 받아주어 너무 고맙다고요. 
그 이메일 받고 나니 나와서 일하길 잘했나?....하며 괜히 웃음 나왔습니다. 
 
 
그렇게 3일 일하고 오늘부터 4일 또 쉽니다.
작은 아이 출생기록 떼러 가야 하고 여권 신청도 해야 하고.....
큰 아이 플레이데잇 준비도 해야 하고, 월요일날 큰 아이 포함 친구들 가르칠 준비도 해야 하고....
(큰 아이랑 학교 친구 둘 데리고 월요일마다 도서관 가서 애들 영어 봐주고 있거든요.)
4월에 있을 큰 애 학교 이벤트 때문에 모임도 가져야 하고, 
장도 봐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할일이 너무 많네요.
둘째가 조금 더 커서 프리스쿨을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런 저의 정신없는 삶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너무 피곤해서인지 요즘 얼굴에 또 여드름이 엄청나게 피어오르고 있지만....
그래도 힘내보려고요. 
직장맘들 모두 화이팅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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