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복귀했습니다.
  • 조회수: 5585 | 2017.01.23
임신후유증으로 지난 6월27일에 병가를 받고 쭉 쉬다가 
10월 8일에 baby Anna를 낳고 산후조리 후 드디어 지난주에 직장에 복귀했습니다.
모두들 너무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축하해주었고요.
제가 심한 sciatic pain으로 어떻게 떠났는지를 너무도 잘 아는 그네들이여서인지
몸은 어떻냐, 일은 할 수 있을 정도냐고 다들 걱정부터 해주었습니다. 
직장을 떠난지 거의 6개월 가까이 된 터라 챠팅 시스템이며 이런저런 것들이 모두 낯설었고요.
심지어 전산시스템 access 아이디랑 패스워드도 생각이 나질 않아 
전산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모두 다 reset 을 해야했습니다. 
 
 
 
출근 이틀 전에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일할 준비는 됐느냐, 몸은 어떻냐는 안부 전화와 함께 
일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겠냐고 물어오더군요.
그래서 많이 까먹은 상태라 오리엔테이션을 좀 주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습니다.
사실 제가 병가를 받을 때쯤 병원이 챠팅시스템을 전혀 다른 회사걸로 바꾼터라 
매니저로서는 그 부분을 가장 걱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바도 그 부분이였고 그래서 오리엔테이션이 필요하다 생각됐습니다.
 
 
 
암튼 첫 출근날 주임간호사가 그러네요.
매니저가 저에게 일단 4시간 오리엔테이션을 주기로 했고,
적응 못하면 오리엔테이션을 더 주겠노라고....
그리고 첫날이니 제일 쉬운 환자 두 명 주고, 신환은 주지 말라고 했다고요. 
그렇게 쉬운 환자 두 명을 받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더듬더듬.... 옛 기억을 더듬어 챠팅하고, 약도 찾아보고, 컴퓨터 여기저기 두들겨보면서 
policies도 챙겨보고 order set도 다시금 챙겨보고 하다보니 
처음 병원 들어섰을 때의 긴장감이 많이 사라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겨울이라 그런지 환자들이 너무나 많았고, 
staffs은 너무 적고.... 그래서 다들 허덕이고 있었고요.
그러던 중 응급실에 신환이 생겼는데 어쩔 수 없이 제가 받아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주임간호사가 부르더니 정말정말 미안한데 상황이 이렇다.
신환을 받아줄 수 있겠느냐.... 복귀 첫 날이라 적응하기 힘들면 
이 신환을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그러네요.
그런데 이 신환이 다른 사람에게 가면 다른 주변 여러 간호사들이 
환자를 마구 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겠더군요.
그래서 제가 4시간 봐온 환자들 포기하고 다시 신환을 받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신환 받는 일도 적응해야 할 부분 중 하나였으니까 어차피 맞을 매 빨리 맞자 싶더군요.
저에게 오리엔테이션을 주고 break nurse로 일하던 남자간호사가 지나가면서 그럽니다.
"You didn't have to take this patient. I would refuse."
바쁘게 일하는 제 모습이 안타까웠나봅니다. 긁적긁적....
 
 
 
첫날 그렇게 바쁘게 일하고 나니 안그래도 임신으로 체중이 늘어있던 상태라 
무릎과 발목이 시큰시큰한 터였는데 두 다리 전부가 다 아파왔어요.
족저근염처럼 발바닥도 계속 타는 듯이 아팠습니다.
그래서인지 둘째날은 그닥 바쁘지도 않았는데 걷기가 힘들었네요.
다행히 환자들이 stable해서 견딜만 했습니다. 
문득.... 병동을 둘러보다보니.... 싱숭생숭해졌습니다.
지난 6개월간 아파서 소파에 앉아서는 내내 한국 TV만 보고 한국뉴스만 보고....
(한국뉴스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죠??!@#!$% 지금도 매일 챙겨봅니다.)
기껏해야 큰아이 학교엄마들 만나 늘 하던 애들 얘기하거나 
남편과 얘기할 때 제외하고는 영어 쓸 일이 없다보니 
병원 곳곳에서 들리는 영어들이며 곳곳에 붙어있는 공고문들...안내문들이 너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셋째날 우리 병동에서 거의 고참급에 가까운 나이든 간호사가 저를 보더니 눈을 똥그랗게 뜹니다.
"언제 돌아왔어?!!!!!!!" 하고 복도 저 끝에서 달려와 안아줍니다. 
늘 깐깐하고 무서운 간호사처럼 느껴졌는데 반갑게 맞아주니 고맙더라구요.
일하던 중 자정이 지날 때쯤 조용히 와서는 별거 아냐...하면서 저에게 봉투를 하나 줍니다. 
baby shower 못 챙겨줬다고 (임산부를 위해 임신 막달때쯤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열어주는 파티입니다.)
아기에게 필요한거 있으면 쓰라면서 100불을 넣어줬네요. 
 
 
 
"왜 이렇게 많이 주세요?" 하고 물으니 
"나 돈 많이 벌어서 그래."하며 싱긋 웃습니다.
간호사들 임금이 높은 지역이라 그런가 다들 통이 큽니다. 하하....
사실 제가 병가 받아 떠날 때쯤엔 다른 동료 한 명이 baby shower  못 챙겨줄 것 같다며 
우리집에 거의 180불 가까이 하는 크립을 선물로 보내줬거든요. 
그때도 "아니 이 간호사가 나한테 왜 이런걸 사주지?"하고 의아해했답니다. 
남편도 직장동료들로부터 선물을 많이 받아오긴 했는데 제가 받아온 선물들을 보더니 
네 동료들은 통도 크다....하면서 하하 웃네요. 
제가 운이 좋은가봅니다. :)
 
 
 
마지막 넷째날은 드디어 intubation 환자를 받았습니다.
바이탈이 좀 왔다갔다하긴 해도 다른 환자들에 비해 많이 아픈 환자는 아니여서 
큰 무리없이 넷째날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니 지난 4일간 저 없이 큰 아이와 이제 삼개월 지난 늦둥이를 봐준
남편이 너무 고마웠고, 별 탈없이 지내준 두 아이도 너무 고맙고 반갑더라구요. 
그래서 더 잘 해야겠단 생각이 들어 마켓 여기저기를 돌며 열심히 장 봐다가 
맛있는 음식을 해주었습니다. 
사실 이 늦둥이녀석이 breastfeeding에 너무 익숙했던지라 
젖병을 심하게 거부하던 터였고, 남편이랑 잔 적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4일 내내 밤잠까지 거부하며 남편을 거의 잡았더라구요. 
직장동료들은 "너 일하면 애기는 누가 보냐? 너 없이 애기는 잘 지내냐? 애기가 걱정이다..." 
하며 애기 걱정을 해주던데 전 사실 남편 걱정을 제일 했답니다. 
암튼 저의 직장복귀 첫 주는 그렇게 흘러갔네요.
몸은 힘들었지만.... 다시금 직장에 복귀하니 일이 재밌고 뭔가 활력을 되찾은 기분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빨리 페이스를 찾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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