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sability Leave
  • 조회수: 3920 | 2016.07.15
 
모두들 안녕하시죠? 저도 잘 지냅니다.
지난 3~4주간 일로도 바빴지만 개인적으로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글을 쓸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셀폰에 네이버 앱을 깔아 수시로 게시판 글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네요. 
어제로 저는 임신 25주로 넘어갔습니다. 
엠마를 처음 가졌을 때가 제 나이 33살(미국나이)이였던 것 같은데 
그때도 힘들긴 했지만 나이 40살이 가까워 아기를 가진다는게 참 힘들구나라는 걸 
요즘 하루하루 몸소 체험(!)하는 중입니다. 
 
 
 
4주전쯤인 것 같아요.
lower back pain 이 시작되었습니다.
워낙에 ICU에서의 workload 때문에 upper back pain 이 있어서 스트레칭도 하고,
요가도 하고, 가끔 중국마사지도 받으러 다니곤 했지만 lower back pain이 있었던 적은 없는데,
한달전부터 통증이 심해져 아. 2nd trimester 로 들어가니 joints가 벌써부터 약해지는구나
아주 실감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이후 2주는 back pain이 오른쪽 고관절로 이어지는 sciatic pain으로 발전했고,
곧이어 걸을 때마다 아랫배로 tight한 통증이 생겼습니다. 
마치 early contractions같은 통증이였고 마지막 한 주는 아랫배 통증이 너무 심해 
허리를 펴고 걸을 수가 없을 지경이였습니다. lower back pain은 말도 못할 정도였고요.
타이레놀을 먹으며 일을 다녔지만 별 도움이 되질 않았고, 
마침 병동은 short staffed 이여서 조무사도 없고, break nurse도 없어 
break도 제대로 못 챙기고 정말 바쁘게 일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집에 와서도 아랫배 통증이 너무 심해 이러다 아이한테 일나겠다 싶어 
쉬는 4일 내내 Bed rest를 해야 했지요. 
집은 엉망이 되었고, 6살... 마침 방학을 맞이해 집에 있는 엠마는 완전 handful.
집이며 직장이며 하나하나가 너무 stressful했고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견디다못해 OB 의사를 찾아갔고요. 걷기가 힘들 정도로 몸이 너무 아프다.
지난 2주간 다리를 끌며 일을 하는데 일을 할 수가 없다며 disability leave를 받을 수 
있겠냐고 물어봤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No! 합니다.
(엠마 가졌을 때 본 다른 동네 OB는 바로 저에게 maternity leave를 주었습니다.)
OB 의사는 모두가 겪는 pain 이다. normal pain 이다. 일해도 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이 상태로 너는 일 못한다. 얼른 병원 가서 진료 봐라.
니 몸이고 니 애긴데 니가 보호하지 않으면 안돼."하고 난린데
이 의사는 내가 어떻게 걷고 일하는지도 보지 못한채 "Normal pain"이라고만 합디다.
그래서 계속 컴플레인을 했더니 그럼 12시간 근무를 8시간으로 줄여봐라. 
그리고 heavy lifting을 피해라.... 그러대요.
그래서 지금 네가 하는 말이 얼마나 현실적인지는 아느냐. ICU에서 heavy lifting 피하는게
가능하다고 지금 말하는거냐....하니 의사왈. 내가 note(소견서)를 써줄테니 
환자 turn하거나 lift할 상황이 오면 note를 보여주며 "나 못해. 니가 turn하고 lift해라."고 
말하면 된다고 합니다. 내 환자의 position change를 동료에게 부탁하라니....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아 일단 그러고 나와 employee health와 HR, manager와 얘기를 했고,
그네들은 모두 OB 의사를 바꾸는게 좋겠다. 
하지만 현재로선 의사의 note없이 제 근무를 빼줄 수 없다고 하네요.
 
 
 
그렇게 8시간 3일 근무를 다시 나갔고요.
그 사이 매니저는 모든 주임 간호사들에게 제 상태를 알리며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쉬운 환자 위주로 주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3일 근무 첫 날 병원에 나가니 
혼자 turn 하는... monitor만 하면 되는 그런 환자들만 주더군요. 
그런데 주변 간호사들을 보니 저 때문에 몇몇 간호사들이 heavy 한 환자들을 맡아 일하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보며 미안하고... 정말 이렇게 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날도 여전히 short staffed 이였지만 모두들 제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Are you okay? Do you need help?" 하며 저를 체크해주었지요.
그런데 힘들지도 않은 밤, 걸을 때마다 여전히 아랫배가 계속 뭉쳐왔고, 그렇게 
통증 때문에 또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자 인계시간 저를 보던 day nurse 중 한 명이 
저를 휠체어에 태워 L & D로 보내버렸습니다. 
그런데 침대에 누워 안정하니 배 아픈게 또 없어지고 의사는 단순한 ligament pain이다.
해줄게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고만 하대요. 
 
 
 
그 순간 아. 이놈의 OB를 당장 바꿔야겠다란 생각이 아주 간절해졌습니다.
3일 근무 마지막 날. 근무를 나가니 주임간호사가 오늘은 stable하다며 
저에게 resource nurse(Break nurse로 다른 간호사들 쉬는 시간동안 환자 대신 커버해주는
position)하며 의자에 앉아 좀 쉬라고 하더군요. 너무 고마웠습니다.
1시간 좀 앉아 환자들 모니터링하며 다른 간호사들 break 주고 하는데....
타병동에서 Code blue가 떴습니다. 곧 그 환자가 우리 병동으로 온다는 일종의 신호죠.
환자 정보 보니 ICU 있다가 나간 환잔데 며칠 안되어 다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정말 손 많이 가고 보호자들도 까다로웠던 그런 환잔데....
암튼 한시간뒤 바로 그 환자가 ICU로 들어왔고, 그 이후로 다른 환자 응급도 같이 
터지면서 정신없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되니 다시금 아랫배로 통증이 생기고 허리도 너무 아프고....
그렇게 구부정한 자세로 엉금엉금 걸어다니다가 집에 오게 되었습니다.
 
 
 
집에 와서 한숨 자고 urgent appointment를 잡아 OB 를 만났고요.
일부러 남편을 대동했습니다. "왜 또 왔냐."는 식으로 말하대요.
그래서 이렇게 일하기 너무 힘들고, 내가 힘든 건 둘째치고 내가 보는 환자의 safety가 
걱정되고 이 부분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모두 동의하는 바다. 
그랬더니 UPS (택배/우체국 직원)는 더 무거운 것도 잘 들고 다닌다. 
다른 ICU 간호사들은 별 문제없이 36주까지 일만 잘했다. 
니가 지금 쉬고 싶고 집에서 entertain (감히 이런 단어를 쓰더군요.)하고 싶겠지만
충분히 일할 수 있고, 지금 leave를 주면 언젠간 니가 bored 해서 일하고 싶을꺼다.
아주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더군요. 
그래서 나는 아직도 leave를 원한다고 하니 할 수 없다는 듯이 그럼 form 가져오면
leave 써주겠다고 하대요. 그렇게 겨우겨우 leave를 받고 이번주부터 일을 쉬고 있습니다. 
아직도 의자에 1시간 이상 앉으면, 30분 이상 걸어다니면 back pain 도 심하고 
간간이 아랫배 통증도 있지만 그래도 일을 안 하니 환자에 대한 stress가 없어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덜하네요. 
이런 상태로 환자 보다가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제가 대처를 못해 
문제가 생긴다면 그야말로 모두 제 책임이 되어버리니까요. 
 
 
 
그리곤 그 의사 해당 medical group에 있는 customer service에 전화를 하고 메세지를 
남겼고요. 또 다시 전화를 해서 다른 OB를 달라고 하니 해당부서 코디네이터가 
전화를 하더군요. 무슨 일이냐고... 그래서 의사 진료를 보며 상당히 offended 하고 
앞으로 이 의사를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지금 마음 같아선 여기저기에 
bed reviews를 뿌리고 싶은 마음이다. 마구 컴플레인을 했습니다. 
환자마다 몸이 다르고, 컨디션이 다르고.....
같은 수술을 해도 pain 정도가 다른건 당연한 건데 
그걸 이해 못하는 의사와는 대화할 필요가 없다. 다른 의사를 알아봐줘.
그러자 바로 다른 OB를 알아봐주겠다고 합니다. 사과도 받았지만 
전 지난 3주간 이 medical group 포함 HR, employee health, manager 에게 
정말 수많은 전화를 돌려가며 고생한 생각만 하면 아직도 분이 풀리질 않네요.
한국이였으면 그냥 다른 병원 가서 다른 의사를 찾으면 되지만
이 곳은 보험제도 때문에 보험이 허용하는 의사만 찾아야 하고, 
그 의사를 바꾸는 것도 상당히 복잡한데다 일단 임신 12주만 넘어가면 받아주는 
의사 찾기가 더 힘들어집니다. 
임신 중말기에 자식한테 시민권 주겠다고 미국으로 모험오는 용감한 임산부들이 있긴 하지만
그 대부분은 일부 한국 의사들과 cash 로 주고 받으며 애 낳는 경우가 많죠.
 
 
 
 
한국에 계신 선생님들은 저와 같은 상황이라면 
일을 그만두던지, 눈물을 머금고 애가 나올 때까지 병동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할 겁니다.
안그래도 같이 일했던 선생님이 한국에서의 경험담을 들려주시면서 눈물나는 
하루하루였다고 하시더라구요. 상상만으로도 힘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의 maternity leave/disability leave를 받는 상황에 대해 글을 쓰면서
이 곳 미국에 와서 결혼하고 애를 낳게 될 선생님들에게 그래도 도움이 될까 싶어 
간만에 제 개인적인 글 한번 풀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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