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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증 조절 클리닉에서의 하루
  • 조회수: 8452 | 2016.05.24

 

다니던 클리닉을 그만두고 다른 클리닉을 알아볼때의 일, 통증 조절 클리닉에서 당장 인터뷰를 하라고 연락이 왔다. 통증 조절 클리닉은 습관성 마약에 절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또 일이 단순하여 배우는 것이 없을 것 같아서 한번도 가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어디 한번 가 볼까? 갔다가 싫으면 안하면 되니까.” 하고 마침 내가 쉬는 날 인터뷰 날짜가 잡혀서 가 보기로 하였다.

 

 

동네는 우리집에서 차로 한 시간이나 가야하는 지역인데 동네 분위기 부터 판이하게 달라서 약간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클리닉에 도착하여 내게 전화를 한 의사를 찾으니 그가 오피스에서 나왔다.

환자 대기실에는 사람들이 30여명이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도때기 시장을 방불케하는 풍경이었다.  Healthcare provider(MD. NP. PA)가 많이 부족한 곳임을 한 눈에 알수 있었고 전화 인터뷰 당시 의사가 왜 풀타임을 하지 파트 타임을 하려고 하느냐고 자세히 묻던 기억과 맞물려서 “여기는 사람을 구하기 힘든 곳이구나.”하는 생각이 단박에 들었다. 의사는 내가 완벽하게 준비해 간 서류를 보면서 아주 흡족한 눈치였다. 의사는 또한 내가 요구한 시간당 페이보다 많이 제시를 하면서 온 김에 아예 3일 걸리는 트레이닝을 시작하면 어떻겠냐고 해서 나는 그러라고 하였다. 그곳에 얼마 전에 일을 시작한 NP 옆에서 같이 배우기로 하였다. 그녀는 이곳이 첫 직장이라는 데 일도 야무지게 잘하고 사람이 좋아 보여서 같이 일하기 괜찮을 것 같았지만 문제는 환자들이었다.

 

 

환자들 모두가 문신이 기본 패션이고 칼자국이 있는 사람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는데 시간이 흐르니 지금까지 오피스에서 만난 환자들과는 정말 많이 달랐다. 오는 환자 모두 소변 검사를 해서 먹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 성분이 소변 검사에서 나와야 마약성 진통제 처방을 다시 꼭 한달치만 다시 써 준다고 했다. 만약에 소변에서 검출 되어야 할 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경우 약을 누구에게 고가에 팔았거나 어떤 이유이든 먹고 있지 않다는 증거인 만큼 한번 안나오면 2주치 처방을 주고 또 검사, 그래도 나와야할 약 성분이 소변에서 검출이 안되면 그 클리닉에서 퇴원 조치를 한다고 했다. 몇 시간이 지나자 환자들은 의사 오피스에 오는 사람으로서의 예의를 찾아 보기 힘든 환자가 대부분이고 그날따라 문제가 있는 환자가 많았다고는 하는데 오후가 되니까 와서 행패 비슷하게 부리는 환자가 몇 명 있었다. 이 곳에서 써주는 처방 기록은 소변 검사 결과와 함께 모두 정부 마약 담당 부서로 들어가고 있어서아주 신중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아니 그러면 정부 감독기관이 내 등에 붙어있는 것 아닌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좀 그렇네.' 이런 느낌은 아무리 내가 잘못하는 게 없다 할지라도 너무 불편 할 것 같았다. 그런데다 정부로 들어가는 서류에 쓰여있는 처방전을 써준 사람들 이름을 보니 대개 한 두달 정도 일하고 그만 두는지 이름이 계속 바뀌고 있었다. 환자들은 나와 같이 있는 NP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당신이 처방 써주는 사람이냐고 신경질을 내는 사람이 여럿이 되는 것을 보니 한 달에 한 번씩 오는데도 사람이 자꾸 바뀌는 모양이었다.

 

 

좀 기다리게 했다고 NP에게 화를 내는 사람을 보니까 병원에서 마약 처방 내놓으라고 의사에게 화를 내던 환자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나는 이 곳에서 일할 사람이 못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사처럼 여러가지 문진을 하고 처방을 써주는 사람 앞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얘기하는 사람도 여러명인데다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들이 얼마나 거친지 나는 이런 환자들을 상대할 자신이 없어졌다. 정부가 주는 보조금으로 생활하면서 매일 마약성 진통제를 먹어야 사는 사람들, 이 사람들은 살면서 내가 한번도 마주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 같았다. 내가 정말 이런 사람들을 잘 대해주면서 마약 처방을 잘 써 줄 수 있을까? 나는 마약 처방은 환자가 꼭 필요할 경우에만 써줘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어서 마약 처방을 쉽게 써주는 사람이 아닌데 …….

 

 

그 길로 나는 일어나서 내 서류를 들고간 매니저를 찾았다. 그를 만나서는 미안하지만 난 여기서 일을 할 자신이 없다고 내 서류들을 돌려 달라고 했다. 왜 그러느냐고 실망스럽게 묻는 그에게 무서워서 일할 자신이 없다고 둘러 대었지만 진짜 이유는 마약 처방전을 써주는 우리들을 매 같은 눈길로 감시를 하는 정부 기관이 내가 쓴 처방을 정당하게 써 준 것인지 일일이 다 체크한다는 데 대한 부담 때문이었다. 물론 그 많은 서류들을 다 한장 한장 체크 하지 못하겠지만 100번 잘하다가 한 번만 잘못해도  그 책임을 내가 다 뒤집어 써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과 수없이 바뀌는 처방을 써주는 Provider(MD, NP, PA) 이름도 내 결심을 굳히게 했다.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를 하면서 나오는 내게 마음이 바뀌면 다시 오라고 매니저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내가 간호사에서 NP가 되기까지 들인 공이 얼마인데, 도서실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이 공부가 언제나 끝나기나 하려나? 하면서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던 숱한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가자 그렇게 힘들게 얻은 면허를 이런 곳에 쓸 수는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는 클리닉을 나오면서 “그런 일은 없을거에요.“ 하고 속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한 의사에게는 미안하다고 여기서 일을 할 자신이 없다고 문자를 보냈다. “행운을 빕니다.” 그의 답장이었다.

하루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분야여서인지 여기서 보고 들은 것이 나중에 프랙티

스를 할 때 생각보다 크게 여러모로 도움이 되어서 나는 가끔씩 이 일을 떠올리며 혼자 웃기도 하였다.

 

 

내가 이 일을 겪은 후 얼마있다 마약 처방전을 쓰는데 있어서 규제를 더 강화한 뉴욕주는 provider

들에게 컴퓨터 칩 비슷하게 생긴 토컨을 하나씩 나눠 준 후, 마약처방 뿐 아니라 모든 controlled substance에 속하는 약물들을 처방할때 마다 토컨에 뜨는 번호를 입력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 전

에는 마약 처방은 꼭 종이로 된 처방만 약국에서 받았지만 모든 처방은 전산으로만 보내라고 지난 3 월말 부터 주 정부에서 오더가 내려졌다. 다른 약은 그냥 컴퓨터로 보내면 되지만 마약 처방은 내 아이디를 넣고 토컨을 누르면 뜨는 번호를 넣어야 처방을 약국으로 보낼 수가 있었다. 내게 준 토컨에는 고유번호가 새겨진 것으로 보아서 이 토컨은 나에대한 모든 정보를 뉴욕주 DOH(department of health)에 제공해 주는 매개체일 것 이라는 것을 쉽게 추측을 할 수 있었다. 이러면 처방을 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훨씬 쉬워질 테니까,

 

 

마약을 비롯한 controlled substance 남용으로 인한 폐해를 줄여 보려고 정부에서 몸부림을 치는 것은 이해하지만 처방을 써주는 우리들을 너무 들볶는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토컨을 받아든 후에 나는 '아, 그쪽에(통증조절 클리닉) 안 가길 정말 잘했다.' 하고 혼자 웃었다.

 

 

 

NP 일기 독자 여러분께

일기를 연재한 것이 거의 3년이 되어가네요. 그동안 내 일기에 관심 가져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이제부터 일기가 당분간 방학에 들어 가려고 합니다. 얼마 있으면 프리젠테이션을 하나 해야하는데 그 준비 때문에 이번 일기도 포스팅이 늦어졌답니다. 방학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방학을 맞으면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기를 연재 하느라 너스케입에 자주 들어왔는데 소위 말하는 그 “태움문화”는 한국에서 속히 없어져야 할 큰 병폐입니다. 

미국에서 일하는 사람이 한국에 대해서 무엇을 아느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나도 한국에서 3년 동안 간호사로 일을 했기에 한 번쯤은 이런 말씀 드리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다 그렇게 하는데 나 혼자 뭘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고 생각하지 마시고 나부터 조금만 더 남에게 잘해주는 것으로 시작해 보세요. 잘 모르는 사람을 태운다고 해서 그 사람이 절대 더 빨리 잘 배우지 않습니다.

누군가 내게 잘해주면 고마운 것처럼 서로 돕고 배려하는 간호사가 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내 책을 지난번 의학영어회화책 그리고 이번에 낸 뉴욕 클리닉 진료일기를 두 권 다 구입하신 분들은 영어책 뒤에 내 이메일이 있으니까 연락처(성함과 전화번호)를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내 책 두 권을 모두 구입해 주신 분들에게는 이 지면을 통해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nglish for healthcare professionals 에는 의학영어 회화뿐 아니라 ......카더라 통신이 아닌 미국에서 간호사 로 근무하는 저자가 쓴 미국 간호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수록 되어 있습니다. 책 구입을 원하면 click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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