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 데서 온 환자 부부
  • 조회수: 2258 | 2016.04.08

 

검사 결과를 보러 온 환자부부가 오래 기다리고 있다고 하여서 서둘러서 그 방으로 들어가니 두분의 환자가 나를 반갑게 맞이 했다. 처음 보는 분들이어서 NP라고 소개를 하였더니 언제 왔느냐고 물으며 자기네들은 아주 먼 데서 왔다고 했다. 어디서 오셨는가 물으니 뉴욕 업 스테이트 쪽에 사는데 왕복만 대 여섯 시간이 걸려서 여기 오려면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하여 여기에 와서 의사를 만난 후 점심을 먹고 다시 집에 가면 하루가 휙 지나간다고 했다.

 

나: 여기 의사가 굉장히 마음에 드시나 봐요?

두 부부: 네, 이 분 말고 다른 의사는 믿음이 잘 안가요.

나: 멀리서 다니기 힘들지 않으세요?

두 부부: 괜찮아요. 의사가 아주 잘 보시잖아요. 계속 다닐 거에요.

 

나는 지난 번에 한 검사 결과를 하나하나 체크를 하면서 설명을 해드렸다. 의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Everything is ok. (다 좋아요.) 하고 그냥 휙 검사결과를 알려 주는데 반해 나는 일일이 설명을 해주면서 검사 결과를 주니까 환자분들이 아주 좋아 하셨다. 그날도 예외없이 나는 glucose level(혈당 수치)이 정상은 얼마인데 환자분 수치는 얼마라고, 그렇지만 연세가 드심에 따라 당뇨병 발병 확률도 같이 올라 가니까 운동도 하시고 탄수화물 섭취는 조금씩 줄이시라고 기본적인 것을 알려 드렸다. 또 신장 기능, 간 기능 검사 그리고 콜레스테롤 검사는 LDL, HDL, triglyceride level (나쁜 지방, 좋은 지방, 중성지방)을 각각 자세히 알려드리면서 설명을 해드렸다.

그리고는 의사들이 하는 것 처럼 뭐 궁금하신 것 없으시냐고 있으시면 물어 보시라고 했더니 내가 설명을 너무 잘 해주어서 궁금한게 없다고 고맙다고 싱글벙글 하시면서 좋아하셨다.  

그러면서 부인 되시는 분이 한마디 하셨다.

 "의사는 무조건 다 괜찮다고 해서 뭐가 괜찮은지 궁금했는 데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게 너무 맘에 들어요.”

 

 

 나는 혈액 검사 결과를 알려 드리고 두 분을 진찰하였다. Heart and lung sound are normal. 

또 필요하신 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처방을 두분 것을 다 써 달라고 했다. 거의 10장이나 되는 처방

전의 용량을 일일이 환자의 기록과 맞추어 보고 또 환자가 처방된 용량을 정확하게 드시는지 확인을  다시 한번 하면서 또박 또박 큼지막하게 처방전을 썼다. 이제 처방을 많이 써 보아서 처음 처방전 쓰기를 시작 했을 때 처럼 가슴이 두근 거린다던지 하는 별 감흥은 없지만 따지고 보면 내가 이것을 써보고 싶어서 그 긴 세월 동안 학교에 다니고, 별로 학구적이지도 않은 내가 지금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엄청난 양의 공부를 했던 것을 감안하면 처방전을 써 내려 가는 그 순간은 내게 언제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내가 쓴 처방전을 받아든 그녀는 환호성을 질렀다.

 

"어머나, 세상에, 글씨 좀 봐요, 너무나 글씨체도 예쁘고 명확해서 우리 약사가 좋아할 거에요. 업 스테이트 약국에 여기서 받은 처방 가져가면요, 약사가 가끔 신경질 내요. 의사가 쓴 글씨를 도저히 읽을 수가 없어서 가끔은 여기다 무슨 약을 처방했는지 물어봐야 하는데 오늘은 그럴 일이 없겠네요."

 

 

그녀가 내가 써준 처방전을 받고 좋아하는데 의사가 들어오자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혈액 검사 결과도 의사와는 달리 아주 자세히 설명해 주어서 좋고 처방도 또박 또박 예쁘게 잘 써주어서 너무나 좋다고 하였다. 앞으로는 내게 모든 것을 물어 보겠다면서 이렇게 좋은 사람을 왜 진작 채용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의사는 웃으면서 그녀의 얘기를 듣고 나서는 나를 가리키며 "이 사람이 돈 내고 내 프랙티스 물려 받겠다고 하면 나 당장 여기 뜹니다." 하고 말했고 우리 모두는 다같이 그냥 웃었다. 진료를 끝낸 그녀는 가기 전에 내가 너무 고맙게 잘 해주어서 나를 한번 포옹을 하고 싶다고 저쪽에서 다시 내게 오더니 나를 꼭 껴안으면서 정말 고맙다고 또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가는가 보다 했더니 다시 돌아왔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Full name을 알고 싶어요. 가서 땡큐 카드를 보내 드리고 싶어요.”

- “고맙습니다, 그러세요.”

 

나는 메모지를 꺼내서 Kyung-Sook Kim. FNP-C 라고 적어 주었다. (FNP-C는 board certified family

nurse practitioner라는 뜻.) 또 한번 수선스럽게 고맙다고 하던 그녀는 오피스에서 나갔다.

 

나는 그녀에게서 정말 탱큐 카드가 오려나 내심 약간 기대도 했었지만 카드는 오지 않았다. 

어쩌면 내가 적어준 메모를 잃어버렸을 수도 있고, 그렇더라도 별로 특별히 잘 해주지도 않았는데도 처음 본 내게 “고맙습니다.”를 셀 수도 없이 연발한 그녀를, 내가 알기로는 제일 먼데서 이 클리닉까지 오는 그녀를 나도 나의 특별한 환자로 기억하기로 했다.

 

 

 

 

   English for healthcare professionals 에는 의학영어 회화뿐 아니라 ......카더라 통신이 아닌 미국에서 간호사 로 근무하는 저자가 쓴 미국 간호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수록 되어 있습니다. 책 구입을 원하면 click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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