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환자의 스트레스 해소법
  • 조회수: 2880 | 2016.03.17

 

그는 젊은 남자 환자였다.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니 목이 많이 아프고 밤에는 기침도 나고 가끔씩 가슴이나 배에 찌르는듯한 통증이 한차례씩 휩쓸고 지나가는데 너무 견디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제 겨우 27 살.

가족력이나 그 전의 검사 결과로는 별 이상이 없는데 스트레스를 잘 견디지를 못해서 몸이 여기 저기 아프다고 호소하는  것 같았다.

 

나: 지금 무슨 큰 스트레스가 있습니까?

환자 : 아주 많아요. 너무 힘들어요.

그의 얼굴은 어두웠고 금방 눈물이라도 떨굴 것 같은 표정이었다.

 

나: 혹시 여자 친구 있어요?

환자: 없습니다.

나 : 아니 이렇게 키도 크고 미남인데 여자 친구 없어요? 스트레스 어떻게 풀어요? 뭐든지 걱정을 많이 하는 스타일 아니에요? 걱정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요?

환자: 알고는 있지만 실천을 할 수가 없네요. 모든 게 다 너무 힘들어요.

나: 그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때 어떻게 하나요? 친구들에게 이야기라도 하면 훨씬 나을텐데…

그러자 내가 제일 듣고 싶어하지 않는  대답이 나왔다.

 

환자: 술을 마셔요. 그러면 다 잊어 버릴 수가 있어서 좋아요.

나: 얼마나 자주 마셔요? 매일 술을 마시나요?

환자: 네, 매일 퇴근하고 집에 오면 술을 마셔요. 그러면 좀 나아져요.

나: 그건 절대로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간이 금방 망가집니다. 간은 인체 장기 중에서 제일 크죠. 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고 크다는 뜻이겠지요. 간은 일단 손상을 받으면 회복하기가 아주 힘들어요. 그리고 술을 마시고 취하면 고통을 잠시 잊을 수는 있겠지만 깨어나면 달라지는 것 아무것도 없지요. 부탁합니다. 음주량을 줄이세요. 나중에 크게 후회할 일 생깁니다. 그리고 하나 물어봐요. 여기서 태어 났나요?

환자: 예쓰.

나: 그러면 여기서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무기 두가지가 저절로 해결 되었군요. 비자 걱정도 없고 영어도 나보다 훨씬 잘 할테고. 신분 문제가 해결이 안되서, 또 영어가 안되서 힘겹게 살아가는 많은 불법 체류자들을 한번 생각해 보았나요? 그 사람들 불법으로 미국에 살면서 영어도 제대로 못하니 살기가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래도 다들 여기서 버티잖아요. 환자가 아무리 사는 게 힘들다 한들 불법 체류자들에 비하겠습니까? 자기가 가진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사하게 생각하세요. 생각 한 번 바꾸면 제일 편해지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에요.

그리고 나는 바로 전날 내가 만난 스패니쉬 불법 체류자 이야기를 해주었다.

 

 

올 겨울 뉴욕이 얼마나 매섭게 추운지 연일 영하 15도, 16도였고 눈은 또 왜 그리 펑펑 자주 쏟아지는 지, 교외에 살면서도 눈 한번 안치우고 남편과 아이들에게 나가서 눈 치우라고 입으로만 눈을 치우고 사는 나도  짜증이 날 정도 였다.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뺨을 때리는 것 같은 무섭도록 차가운 바람에 발걸음을 급히 옮기는 데 스패니쉬 남자 노점상이 눈에 띄었다. "세상에 이 추운 날에 밖에서 장사를 하다니, 얼마나 춥고 힘들까?" 그의 얼굴을 얼핏 보니 뺨이 이미 발갛게 얼어있고 콧물까지 흘리는 것으로 보아 밖에 여러 시간 있은 것 같았는데 그는 꽈배기를 팔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파는 물건을 보면 불량식품 같은 느낌이 들어서 생전 쳐다보지도 않던 물건이라서 그냥 지나쳤는데 이 엄동설한에 꽈배기를 팔러 나온 그의 고단한 삶의 무게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서 나는 갔던 길을 도로 가서 별로 먹을 생각도 없는 그의 꽈배기를 사 주었다.

 

 

엄동설한에 마주친 꽈배기 장사는 30년전 한국의 겨울에서 만난 떡 장사 아주머니를 생각나게 했다. 그날도 요즘 뉴욕처럼 매섭게 추운 겨울이었는데 누가 밖에서 부르는 것 같아서 내다보니 처음 보는 떡 장사 아주머니가 떡을 사 달라고 하셨다. 대문이 열려 있으니까 현관까지 들어 오신 것 같았다. 

“아가씨. 떡 좀 사 주세요. 이것만 팔면 집에 가려고요. 맛있어요.” 그 아주머니 뺨도 이 스패니쉬 남자의 뺨처럼 얼어 있었다. 나는 추운데 이분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그러시라고 남은 떡 두개를 얼른 받아 들고 내 지갑에서 돈을 건넸다. “세상에, 아가씨 마음씨가 곱군요. 거저 주신 돈이나 다름 없습니다. 정말 고마와요. 아가씨. 그녀는 총총히 떠나갔는데 나는 그 아주 머니의 “거저 주신 돈이나 다름 없어요. 하던 말에 가슴이 찡해졌다.

얼마나 고마왔으면…. 떡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 떡을 드시라 하였더니 아버지 왈 “이게 웬 떡이냐?”

 

 

내 얘기를 심각하게 들은 환자는 술을 줄이려는 노력을 꼭 하겠다고 약속했다. 클리닉에서 환자를 대하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해결책으로 폭음을 한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술을 마시고 잊는다고 상황이 절대 달라지지 않는데도 그 방법 밖에 선택하지 못하는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다가도 정상에서 한참 올라간 간 수치를 볼때마다 이러다 이 환자가 어떻게 될까? 답답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개중에는 의사나 내가 환자가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검사결과를 앞에 놓고 술을 많이 마시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펄쩍 뛰며 잡아떼는 환자들도 부지 기수, “여기 피 검사 결과에 음주를 많이 하신다고 나와 있는데요?” 하는 우리의 한 마디에 당당했던 환자들의 태도가 180도 달라져서 아무 대답을 하지 못하는 환자들을 볼 때 마다 드는 안타까움,

“왜 스트레스를 술로만 풀으려만 할까?, 다른 길은 없을까?”

 

 

나는 간 기능 검사를 비롯하여 여러가지 피 검사를 오더 했다. 환자는 독서를 즐긴다고 했다.

나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데 술 마시고 싶어도 한번만 참고 책을 읽어보라고 처음에는 잘 안돼도 좀 노력해 보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피검사를 끝내고 나오는 그와 나는 다시 마주쳤다. 나는 다시 한번 부탁을 하였다.  당신을 위해서 그리고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내말을 꼭 기억하고 실천해  달라고…… 그리고 키가 190센티인 그를 한 번 가볍게 안아 주었더니 그는 그의 큰 키를 반 접다시피 한참 구부려서 나와 허그를 하였는데 그때 나는 그의 큰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았다. 나는 그의 눈물을 애써 못본체 하고는 그를 웃는 얼굴로 보내주었다. 내 말에 눈물까지 보였으니 이 환자가 내 말을 들을 것이라는 확신 비슷한게 와서 나는 속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한마디 해주었다.

내가 7년이라는 긴 세월, 그 좋아하는 음악회 한번 안 가고 오로지 공부에만 전력투구하여 보드 시험에 합격했는데 이제 이런 사람을 조금이나마 이렇게 도와 줄 수 있으니 그러면 내 그 혹독했던 NP가 되는 공부에 대한 보상은 이미 받은 것이 아닐까……….

 

 

 

   English for healthcare professionals 에는 의학영어 회화뿐 아니라 ......카더라 통신이 아닌 미국에서 간호사 로 근무하는 저자가 쓴 미국 간호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수록 되어 있습니다. 책 구입을 원하면 click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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