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효자 효녀들
  • 조회수: 3718 | 2016.02.12

 

진료실에 들어서니 한 눈에 보기에도 꽉 쥐기라도 하면 아삭하고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연약한 느낌이 드는 연로한 백인 어르신이 휠체어에 앉아 계셨다. 90이 넘으신 분 같아서 연세를 확인하니 역시 짐작대로 93세셨다. 자녀들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와 여자가 옆에 있었는데 여자가 한 뭉치의 서류를 꺼내들고 질문할 것들을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의사에게 여러가지를 묻고 또 물어서 극성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 극성의 강도로 미루어 보아 딸인 것 같았다. 

딸이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그러면 그렇지……

 

 

중년의 남자는 항응고제 때문에 여기저기 보라색으로 멍든 환자의 손을 아주 사랑스러운 아기를 만지는 부모같은 표정으로 만지고 또 만지고 있었다. 저 남자가 사위인가 아들인가 속으로 궁굼해 하던  나는 남자의 태도로 보아 아들일 것이라고 짐작을 했다. 나중에 물으니 아들이란다.

 

 

딸들이 부모에게 잘하는 것은 많이 보았지만 아들이 부모 옆에 붙어서 이토록 부모를 애지중지 하며 만지고 또 만지는 것을 본 적이 없는 나는 좀 신기한 느낌까지 들었다.

 

 

최근에 아버지가 입원하셨었는데 병원에 가게 된 일, 병원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의사가 약은 무엇을 주고 퇴원 후에는 집에서 아버지가 어땠는지 환자의 따님은 숨 가쁘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이 오피스에는 70 중반의 환자들은 청년층에 속한다고 할 만큼 80대 환자도 많고 또 90이 넘은 분들도 심심찮게 많아서 나는 처음에 많이 놀라기도 했다. 80대 후반이나 90이 넘으신 분들은 건강하시다 하여도 아무래도 티가 나는데 나는 연로하신 그 분들이 워커를 끌며 힘들게 의사를 만나러 혼자 오시는 것을 볼 때마다 그 분들이 우리 부모가 아니라도 늘 몹시 마음에 좋지가 않았다. "다들 어디 간거야?" 부모가 이렇게 힘들게 의사 만나러 오는 것을 자식들이 알고나 있을까? 그래선지 나는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오면 얼마나 반갑고 보기가 좋은지 자녀들에게 이렇게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니까 얼마나 보기 좋은지 모르겠다고 앞으로도 꼭 모시고 다니라고 부탁을 하곤하였다.

 

 

다들 일하고 살기가 바쁘니까 부모님하고 같이 못 다닌다고 변명을 하지만 나는 이런 문제는 자식들 이 좀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늘 생각하곤 하였다.

 

 

의사와 환자의 딸이 한참 이야기를 한 후 의사는 내게 이 환자를 검진하라고 하고 진료실을 나갔다.  나는 처음에 환자에게 받았던 인상 때문에 청진기를 환자 가슴에 대는 것도 아주 조심스러웠다. 환자분의 심장 소리를 들으면서 가까이서 환자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아주 행복한 모습이셨다. 이렇게 장성한 자식들이 하나도 아니고 둘 씩이나 따라 다니니 아주 든든하신 것 같아 보여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내가 환자의 검진을 끝내자 다 괜찮으시냐고 딸이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고, 아들은 그때까지도 계속 아버지를 아빠, 아빠하고 부르면서 주물러 터트리고 있었다. 아, 아버지가 저렇게 좋을까? 하도 아들이 옆에 붙어서 아버지를 계속 만지는 것을 보자니 속으로 약간 웃음도 나왔다.

 

 

환자의 아내가 되시는 분은 89세이신데 많이 편찮으셔서 집에서 거동이 불편하시다고 했다.

환자는 혈액검사가 필요 하여서 보조원에게 채혈을 하라고 하고 진료실을 나왔다. 조금 후에 딸이 의사에게 꼭 물을 것이 있다고 하여서 다시 들어갔더니 의사에게 아버지에게 air mattress를 보험으로 받게 해 줄 수있느냐고 물었다.

: 보험 회사에 알아 보니까 air mattress를 받으려면 욕창이 3기나 4기가 되야 한다는군요. 아버지가 욕창이 약간 있으셔서요. 그렇게 서류를 해 주실 수 있나요?

 

의사: 욕창이 있기는 하시지만 3기나 4기는 아니시지요. 아버지에게 아주 잘하시는 분들이니까 내가 가능한 일은 다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도와 드리려고 없는 것을 있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발각이 되면 내 의사 면허가 취소가 되거든요. 정 해드리고 싶으면 하나 사드리세요. 몇 백불이면  살거에요.

 

 

나는 두말없이 거절하는 의사의 태도가 맘에 들었다.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잘 해주려고 하다보면 꼭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왜 안되는지 이유를 확실히 설명을 해 주어서 의사에게 섭섭함이나 쓸데없는 기대감을 갖지 않게 했으니 이 분들이 앞으로 아무리 효도 차원이라 할 지라도 이런 요구는 하지 않을 것 같았다. 이 효자효녀팀은 집에 계신 치매에 걸린 엄마에 관한 문제들도 여러가지를 의사에게 묻고는 진료실을 나섰다. 의사와는 전화 통화도 잘 안되니까 의사 얼굴 한번 보았을때 궁금한 것을 다 해결하려는 것 같았다. 그날이 주말이 아니었으니까 둘 다 일을 제끼고 온 것 같은데 아버지에게 잘 해드리려는 열정을 온 몸으로 뿜어내는 두 사람을 보니 추위도 이 두 사람 앞에서는 물러설 것처럼 보였다. 그날 오후 내내 나는 아버지의 피멍이 든 손을 만지고 쓰다듬기를반복하던 그 아들의 사랑이 넘치는 얼굴 표정을 계속 생각하며 보냈다.

 

“아마 그 아버지도 그 아들이 아기였을때 그토록 애지중지 만지고 쓰다듬고 했을거야……..”

 

나중에 효도 받으려고 자식을 누가 금지옥엽 귀히 여기며 기르랴만, 부모가 연로해지면 자식들의 사랑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인지상정, 사랑을 부모에게 받았으니 돌려 드리는 것이 아니고 부모가 나이가 드시면 자식들이 어렸을때 부모가 자식에게 해주신 것처럼 돌봐드리는 것이 자연법칙이 아닐까?

 

 

의사가 연로한 환자들에게 언제나 하는 말 “부모 한명은 5명의 자녀도 책임질 수 있지만, 자녀 5명은 부모 한명을 책임 못지더라고요. 참 이상해요. 우리가 새겨 들읍시다.

 

 

 

   English for healthcare professionals 에는 의학영어 회화뿐 아니라 ......카더라 통신이 아닌 미국에서 간호사 로 근무하는 저자가 쓴 미국 간호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수록 되어 있습니다. 책 구입을 원하면 click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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