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머니 환자의 순정
  • 조회수: 2886 | 2015.09.07

그녀는 73세되신 백인 유태인 할머니신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클리닉에 자주 오셨다.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일주일에 두번은 오시는 것 같았다. 의사와 함께 들어가서 보았더니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계속 말을 시킨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다음에는 그 환자에게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가는 날 마다 그 환자가 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것이 계속 눈에 띄었다. 이 할머니가 또 오신 날, 만나는 환자마다 내게 오늘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모두들 약간 화가 난 어조로 불평들을 했고 다른 환자들을 보고 나오니 다음 차례가 그 할머니였다. 나는 별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 할머니도 많이 기다리셨을테니 할 수 없이 그 방으로 들어갔다.

 

나: 안녕하세요? 자주 오시네요.

환자: 나는 닥터 보러 왔어요.

나: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닥터가 아주 많이 바쁘니까 내가 들어왔습니다.

환자: 나는 의사를 보러 왔는데요.(약간 화가나심)

나: 의사를 보시려면 아직도 많이 기다리셔야 되는데요, 기다리시겠습니까?

환자: 기다릴래요. 난 의사 보러 왔어요. (결사적인 어조로)

나: 그러세요. 그러면. 나는 나가지요.


나는 나와서 왜 저 환자가 저렇게 의사만 만나겠다고 고집을 피우나 생각해 보다가 '혹시 이 할머니가 의사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언뜻 스쳐갔다. 그리고 보조원 한명에게 물으니 깔깔거리며 대답 하기를 “저 여자 환자는 의사 걸프렌드에요. 몰랐어요?“ 하고 대답했다.

 

나: 저 할머니 아파서 오는게 아니라 의사 보고 싶어서 오는 사람아니에요?

보조원 : 맞아요. 할머니가 의사를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저렇게 자주 오시지요.

나: 혹시나 했더니 역시 내가 맞았군요. 내가 들어갔더니 아주 싫어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랬구나. 다른 환자는 의사 기다리다 지쳐서 내가 들어가면 좋아하는 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할머니는 이미 70이 넘으셨으니 머리도 다 빠지고 노인네 티가 확실히 나는데도 자기보다 어려도 한참 어린 남자 의사가 맘에 들어서 이토록 자주 오시니 사랑에 빠진 이 할머니를 귀엽다고 해드려야 되나 어떻게 하나 나는 잠시 고민이 되었다. 의사가 할머니를 보러 들어가는 것을 보니 할머니가 집에서 얼마나 혼자 가슴앓이를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할머니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보조원에게 의사도 할머니가 의사가 좋아서 자꾸 오는 것 아느냐고 했더니 의사도 알고 있단다.
이 할머니 환자를 볼 때마다 할머니가 눈을 아주 크게 뜨고 있다고 느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언제까지 이 할머니 환자가 짝사랑하는 의사를 만나러 이렇게 계속 오실지 알 수 없지만 할머니에게 인생에 있어서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 의사를 짝사랑하는 할머니를 보니 생각나는 환자가 있었다. 그녀도 의사를 짝사랑 하였는 데 그녀는 이상한 방법으로 그녀의 감정을 드러냈다. 그 중의 하나가 의사에게 하루에도 6번 심하면 8번 정도 전화를 하여서 멧세지를 남겨 놓았고 의사에게는 아주 못되게 행동했다. 그녀는 혈압이 늘 230-240으로 아주 높았는데 의사가 처방해주는 약은 거의 먹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약을 먹었다, 안 먹었다 하니까 혈압이 조절이 안되는데 그건 생각 못하면서 왜 혈압이 이렇게 늘 높으냐고 의사를 달달 볶았다.


그녀가 의사의 전화에 녹음을 한 내용을 들은 적이 있는데 평소의 목소리와는 아주 달리 목소리 톤이 착 가라 앉은 톤으로 이상하게 약간 으시시한 기분이 드는데 전설의 고향 여 주인공을 하면 어울릴 법한 목소리여서 나는 영 기분이 이상하였다. 그녀는 의사의 전화에 6번씩 멧세지를 남겨놓는 것도 부족하여 의사를 볼 때마다 30분 이상을 컴플레인 하면서 의사를 어떻게 해서든 붙들고 늘어져서 그녀가 의사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건만 의사는 그녀가 의사를 짝사랑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자기에게 못되게 굴기 때문이란다. 사랑한다고 표현을 못하니 그런식으로 주의를 끌려는 것 아니냐는 내 말에 의사는 아니라고 펄쩍 뛰었다. 나는 자기 감정을 주체를 못하고 의사를 늘 들볶는 그녀가 참 맘에 안들었는데 고백하기는 너무 자존심이 상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여자 환자 말고도 다른 여자 환자도 이 의사를 좋아하여 의사의 목소리가 들리면 (이 여자 환자는 병이 악화 되면서 장님이 되었다.) “아이 러브 유“하고 의사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내밀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의사는 그녀의 손을 얼른 잡아 주곤 하였다. 나는 이렇게 솔직한 그녀는하나도 밉지 않았는데 위 언급한 '그 환자는 사람이 좋으면 그냥 이 사람처럼 좋다고 하지 왜 들볶을까?' 하고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며칠 계속해서 그녀의 멧세지가 전화에 남겨져 있지 않아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다. 그 환자가 이렇게 잠잠한 적이 없었는데...' 나는 의사에게 어째 이 환자가 이렇게 조용하냐고, 휴가라도 갔냐고 했다. 그랬더니 의사는 나를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정말 모르느냐고 되물었다. “모르는데요.”하고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내게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는 일주일 전. 가족들에 의해서 집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는 데 오랫동안 조절되지 않은 고혈압으로 인한 심한 뇌출혈 같다고 하였다.

아, 그래서 그렇게 조용했군요………..

나는 의사에게 당신을 그렇게 혼자 오랫동안 짝사랑하다가 고백도 못하고 그렇게 그냥 갔으니 당신을 엄청 힘들게 한 사람이긴 하지만 정말 안됐다고 하였더니 늘 이런 얘기만 나오면 펄쩍 뛰면서 아니라고 하던 의사가 이번에는 아무런 대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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