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처음엔 걷지도 못했다"
  • 조회수: 1904 | 2017.09.27

살면서 중요한 날은 날짜와 요일이 잘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가을날씨가 익어가는 오늘, 그런 날이 하나 떠오르네요...

 

2006년 11월 6일, 월요일!

 

미국에서 간호사로 첫 출근하는 날이었습니다.

 

수년간 미국이민을 생각하며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겠습니까.

NCLEX-RN 시험, CGFNS를 통한 학교 검증, IELTS시험, 뉴욕주 면허증을 캘리포니아로 옮기던 일, 영주권 이민변호사 선임, 등등등...

그 모든 준비들이 이 첫 출근을 위한 것이었고 감개무량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약 2년을 병원에 출근하는 것이 무서울 정도로 나에게 버거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거죠^^.

 

새로운 문화, 서투른 영어, 부족한 임상경험, 타지생활의 외로움,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머리 없는 개인적 문제 등이 범벅이 되어 나를 숨막히게 했습니다.

 

지금도 이곳에서 간호사 생활이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그 때에 비하면 선생이죠. 그 당시 힘들었던 것 중에 하나는 전화기로 상대방과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상대방을 직접 보고 대화를 하면 Non-verbal expression을 찾아내 상대방이 전달하려는 메세지를 알 수 있건만, 전화소통은 온전히 상대방의 목소리로만 파악을 해야 하기에 대단히 힘들었고 괴롭더군요.

 

각 Bedside 간호사들에게 주어지는 핸드폰이 저에게도 주어졌는데 일을 하다 전화기가 울리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가던 순간들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번통화에서 상대방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못 알아들으면 어떡하나"하는 걱정이 있었던 겁니다. Lab에서 내 환자의 blood culture 결과가 Staph 양성반응이 나왔다고 전화연락을 해 왔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못 알아들어 상대방이 황당해 하던 일, 의사가 C-diff 검사 오더를 전화로 내렸는데 그것이 어떤 검사인지 잘 몰라 헤메던 일, 중국인 의사에게 환자가 위중한 상황에 있다고 전화했는데 그 의사의 억약이 도저히 알아듣기 힘들어 옆 동료에게 오더를 받아달라고 부탁하던 일... 등등.

하여간 어려웠습니다.

 

특별히 기억이 나는 한 여자의사(Cardiologist)가 있는데 자신의 환자에게 처방을 내린 약이 왜 아직도 투약이 되지 않았는지 화를 내며 약 5분간(실제로 욕을 먹으며 손목시계로 얼마나 오랫동안 이러나 시간측정을 해봤습니다. 그 환자는 병동간 transfer 과정으로 인해 투약이 지연되었기에 내 잘못이 아니긴 했습니다) 질러대더군요. 그러더니 지쳤는지 전화를 그냥 확 끊어버리더군요. 그분은 어디에서 잘 사시고 계신가 궁금해지네요.^^

 

"전화하다 그냥 끊어버리다라고..."라는 영어 표현을 어떻게 할까요?

 

"She hung up on me."

 

임상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으니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고영성님이 쓰신 책 이름이 그냥 제 마음을 세차게 때립니다.

"누구나 처음엔 걷지도 못했다"

어떻게 이런 멋있는 책 제목을 골랐는지...

 

그래요...우리 모두 "누구나 처음엔 걷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니 넘어질 것을 두려워 말고 한 번 도전해 봅시다.

그리고 넘어지는 동료에게 손을 내미는 것 잊지 맙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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