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NCOC

  • Mt.Sinai Beth Israel Hospital 항암간호사 김리연 선생님
  • 조회수: 46043 | 2015.10.15

 

현재 일하고 계시는 병원과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시는지 소개해주세요.

 

현재 뉴욕 맨해튼의 대형 병원 중의 하나인 마운트 싸이나이 베스 이즈라엘 병원에서 항암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아웃 페이션트 세팅으로 새로운 환자가 항암제 투여를 위해서 내원하면 항암제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 받게 될 간호, 그리고 복용해야 할 약들에 대해서 스케줄을 짜줍니다. 항암제를 받기에 혈관이 좋지 않은 환자들이나 24시간 펌프로 항암제를 투여 받아야 되는 환자들은 키모포트(chemo port)에 대해서 설명하고 시술 스케줄을 할 수 있도록 전문 간호사와 연결해줍니다. 간호사들이 키모포트가 필요한지 아닌지 사정하고 의사에게 결정을 해줍니다. (항암제는 간호사가 주니, 간호사에게 많이 의지하는 분위기입니다. 혈관이 좋지 않은 환자들은 꼭 간호사의 사정이 필요해서 의사들이 호출을 많이 합니다.) 의사들과는 치료 후에 환자에게 새롭게 사용해야 할 구토제나 혹은 암 수치 등을 확인하며 앞으로 받아야 할 항암제에 대해서 의논하고 검사 계획들도 같이 고민합니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은 사회복지사와 의논해서 환자의 집에서 어시스트해줄 사람을 소개해 주고, 집에서 간호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방문 간호사를 소개해 주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는 무료로 카서비스를 등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항암제를 받은 신규 환자들에게는 다음 날 사후 확인 전화를 해서 구토제를 잘 복용하고 있는지, 혹은 항암제를 잘 복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해결을 해주고 다음 내원 일까지 확인을 합니다.

 

 

미국의 선호도가 높은 부서는 뭔가요? 왜 많은 분야 중에서도 항암 간호사가 되셨나요? 항암 간호사가 되기 위한 자격요건과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저는 꼭 항암 간호사가 되려고 했던 건 아니고 (구직할 때는 온갖 병원부서에 다 어플라이 했어요.) 베스 이스라엘 병원 오픈하우스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마침 항암 병동에 빈 자리가 있어서 지원을 했습니다. 행운이었지요. 늘 암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삼성서울병원 병동간호사로 일을 하고 있을 때 할아버지가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암 수술과 항암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습니다. 그 후로 암센터 수술실, 암센터 외래를 거쳐 지금은 항암제를 다루는 간호사가 되었네요.

 

미국 간호사들도 교대 근무는 싫어합니다. 미국은 데이 근무, 나이트 근무로 나뉘어서 12시간씩 교대를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입사할 때 데이 근무나 나이트 근무만 하는 간호사로 취업도 가능합니다. 제가 일하는 항암 병동도 근무 스케줄이 9am - 5:30pm 이라 인기가 많아서 많이 지원하곤 합니다.

 

미국에서 항암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간호대를 졸업하고 미국 간호사 면허가 있어야 합니다. 항암제에 대한 경력이 없다고 해도 다른 부서 경력이 있고, 인터뷰를 잘 본다면 항암 간호사가 될 수 있습니다.

 

항암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많은 것을 모두 알 수 없어요. 다만, 처음에는 부작용에 대해서 확실히 알고 어떤 약을 바로 줘야할지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요약노트를 만들어서 자주 보곤 해요.

 

꼭 항암 간호사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제가 겪은 바로 항암 간호사가 되는 데 필요한 자질은 이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1. 공감 능력: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능력, 병이 완치될 때까지 환자와 함께 하는 마음.

 

2. 열정: 자기 직업에 대한 열정, 그리고 환자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3. 학문에 대한 호기심(교육):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이 투약하게 될 약 등 관심을 가지는 것에서 부터 공부는 시작 된다고 생각해요.

 

4. 민첩성: 항암제의 특성상 어떤 부작용이 얼마나 응급하게 올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응급 상황이 하루에도 몇번씩 일어나곤 하지만 그때 빨리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5. 자신을 보호하려는 자각: 그 어떤 것보다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항암제는 대개 일반 사람의 몸에 해롭습니다. 이 항암제를 내가 실수로 흡입해도(inhale) 되는지 혹은 피부에 묻어도 괜찮은지 바늘에 찔리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알고 있어야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간호의 시작은 자기 보호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희생하는 직업이 아닌, 자신을 지킴으로써 환자들을 지켜줄 수 있는 여유를 베풀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근무하신 임상파트와 경력은 얼마나 되시나요? 병원의 경력과 병상 수 같은 것이 실제 미국 취업 시 중요한가요?

 

한국에서의 경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병동 간호사 2년

2. 삼성서울병원 암센터 수술실 유방 내분비외과 SA 2년

3. 서울 성모병원 암센터 외래 간호사 10개월

 

병동(med/surg)의 경력보다는 스페셜 파트의 경력(응급실,수술실, 중환자실, 투석실 등)을 더 인정해주는 편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일했던 병원의 규모가 커서 인정을 받으면 좋지만, 큰 병원 몇 군데를 제외하면 미국에서는 한국의 병원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해요. 그래서 스페셜 파트에서의 경력이나 그 분야의 자격증이 더욱 중요합니다. 또한 부서마다 이런저런 자격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부서에서 원하는 자격증을 획득한다면 더욱 취직에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에서 근무를 원하는 경우엔 BLS와 ACLS, 소아 환자를 간호하게 된다면 PALS가 꼭 있어야 합니다. 또, CCRN(Critical Care Registered Nurse) 이라는 시험을 봐서 자격증을 획득하면 더 좋습니다. 뉴욕은 신규가 중환자실에 바로 못들어가게 되어 있어요. 병동 경력이 몇년 정도는 있어야 중환자실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경우에는 어떻게 뉴욕간호사가 되셨는지, 왜 뉴욕을 선택하셨는지. 면허준비부터 취업과정, 비자 부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선생님 생각하시는 필수 능력? 나만의 공부비법! 같은 것이 있으시다면 전수(?)해주세요!

 

어려서부터 막연히 뉴욕에 가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서 대도시에 대한 동경이 컸거든요. 대입 원서를 쓸 때 처음에는 점수에 맞춰 어학관련 과를 지원했었는 데 어머니와 상담을 하고나서 간호과로 급하게 방향을 틀었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살려면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게 좋다고 조언해 주셨거든요. 그렇게 제주한라대학교에 입학했고, 이후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미국 간호사 준비를 해나갔어요.

 

미국에 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비자 취득이겠죠. 영주권 수속이 전보다는 빨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취업 비자를 받는 것이 어렵고, 제가 준비할 때도 그랬어요. 그래서 저는 학생 신분으로 미국에 가려고 계획하고 있었어요. 미국에서 학교를 졸업하면 1년동안 구직할 수 있는 비자가 주어지거든요. 그 동안 스폰서를 해줄 병원을 찾아야 하고요. 유학 비용도 많이 들고 1년 안에 스폰서를 찾기도 만만찮은 일이에요. 그래도 저는 언젠가 꼭 가겠다고 생각하고, 영어시험(IELTS)을 꾸준히 공부하며 준비하고 있었어요. 미국에 있는 대학교에 들어가려고 원서도 준비하고, 영어 점수도 계속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부모님으로부터 재정적인 도움을 받지 않으려고 일을 하면서 준비한다고 정신이 없었죠.

 

그랬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결혼으로 그린카드(영주권)를 받은 경우에요. 시민권자와 결혼하면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비자/그린카드가 나와요. 3년 동안 연애하던 남자친구가 미국 시민권자였고, 덕분에 많은 분들이 비자 때문에 겪는 어려움을 겪지 않고 바로 구직에 돌입할 수 있었어요.

 

취업 과정은... 누구나 그렇듯 길고 괴로웠죠. 이력서를 정말 많이 써서 넣었어요. 남편 출근할 때 같이 나와서 저는 하루 종일 카페에서 구인 공고를 찾고, 지원서를 내면서 몇 달을 보냈어요. 어쩌다 한번씩 연락이 왔지만 미국에서 일한 경력이 없다고 하면 거의 바로 끊더라고요.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어느 에이전시라며 전화가 왔는데, 통화 중에 바로 취직을 시켜주더라고요. 그것도 뉴욕의 대형 병원 '베스 이스라엘' 에요. 너무 간단해서 어리둥절할 정도였죠. 기뻐서 오도방정을 다 떨었는데, 웬걸 에이전시를 사칭해 개인정보를 빼내는 사기꾼이었던 거에요. 병원에 확인 전화를 해보니 그런 에이전트는 이름도 모른다고 해서 정말 좌절의 구렁텅이에 빠질 뻔 했는데, 기적 같은 반전이 일어났어요. 병원 인사과 직원이 '오픈 하우스 인터뷰' 라는 게 있다는 정보를 알려준 거에요. 바로 이력서를 들고 병원에 찾아가 인터뷰를 보았고, 마침 항암 병동에서 간호사를 구하고 있었어요. 병동의 여러 사람과 인터뷰를 본 뒤 (원래 파트타임 자리였는데) 풀타임 정직원으로 채용이 되었어요. 야호~! 사기 당한 게 전화위복이 되어 지금 그 '베스 이스라엘' 병원에서 3년째 일하고 있답니다.

 

공부 비결이라, 사실 저는 공부에 관심도 없고 잘 못했어요. 고등학교 때 성적이 좋지 않아서 뒤늦게 성적표를 본 남편에게 '레이디 가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공부에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저만의 방법을 공유하자면, 저는 SA로 근무를 할 때 아침 시간을 많이 활용했어요. SA를 하게 된 것이 부모님의 재정적인 도움없이 서울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 시작한 것과 영어공부, 또 경력을 쌓기 위한 것이었는데 일이 힘들어지면 근무 후에 아무것도 할 생각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근무 전. 새벽 4시나 5시에 일어나서 몇시간 공부하고 근무를 하러 갔어요. 그러면 가장 체력이 좋을 때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머리에 잘 들어오더라고요. 근무가 많이 힘들지 않은 날에는 근무 후에도 공부를 조금씩 하면서 정리하고 그랬어요.

 

 

요즘은 뉴욕에 간호사가 많아서 취업하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실제 현지의 간호사 취업상황은 어떻습니까? 미국도 의료개혁으로 간호대학생도 늘고, 수요 또한 많아질 거라는 추측을 들었습니다. 앞으로 외국인 간호사의 취업이 더 어려워지는 실정인가요?

 

미국 각 주에 대한 전체적인 상황은 모르지만. 일단 제가 있는 뉴욕 주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미국인이어도 힘들어요. 대도시라 너도나도 직업을 찾아 몰려들기 때문이죠. 금발에 파란 눈의 간호학생이 저더러 '너는 어떻게 직장을 구했니? 비결을 알려줄 수 없니?' 라고 물어본 적이 있을 정도에요. 반면, 뉴욕보다는 작은 도시에 사는 제 지인이 말하길 간호사 일을 구하기가 확실히 뉴욕보다는 쉬운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작은 주에서 시작해서 경력을 쌓고 나중에 원하는 주로 옮기는 것도 방법인 듯해요.

 

지금 뉴욕 주는 과포화 상태에요. 몇년간 경기가 좋지 않아서 대형병원들이 많이 문을 닫고, 재정적으로 어렵다 보니 다른 병원과 합병을 많이 하는 추세에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도 이미 마운트 사이나이 시스템으로 합병되었어요. 하지만 올해 초부터 다시 문을 여는 대형 병원들이 생기고 있어서 조금은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미국 경기나 의료제도의 향방에 대해서는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취업 전망에 대해 뭐라 정확히 말씀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한국에서 Nclex-RN 취득 후 해외취업을 하는 것과 현지 대학원 졸업 후 취직을 하는 것 중 더 유리한 것은 뭘까요? 학사학위가 없으면 미국 내 취업이 불가능 하다는 게 사실인가요? 한국에는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병원근무와 병행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미국에서도 일하면서 학교를 병행하는 게 가능한지요? 병원에서 어느 정도 서포트를 해주는지도 궁금합니다.

 

제일 좋기야 현지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는 것이겠지만, 재정적인 문제가 기다리고 있어요. 뉴욕은 물가가 살인적이라 집세만 해도 정말 어마어마 하답니다. 그리고 학비도 물론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고요. 그것이 제가 빨리 미국으로 가지 못한 이유이기도 해요. 빨리 가려면 부모님의 재정적인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한국에서 꾸준히 돈을 모으고, 영어공부를 하면서 자신감을 키웠고, 뉴욕의 학교를 지원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었어요.

 

학사학위가 있는 게 취업에 유리하지만, 저는 전문학사를 가지고 취업했어요. 지금은 학사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병원과 학교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온라인 코스로 듣고 있어요. 제가 듣는 온라인 코스는 RN to BSN(registered nurse to bachelor of science in nursing)으로, AS(associate in science, 전문학사)가 있는 간호사들이 많이 공부하는 프로그램인데, 간호사 면허가 있는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코스 입니다. 재정적인 지원은 정도는 다르지만 많이 있는 편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병원은 학점이 C 이상만 되면 100% 지원을 해줍니다. 50%를 지원해주거나 일부만 지원해주는 병원도 있고, 병원마다 달라요.

 

 

한국 vs 미국. 의료 시스템이나 간호사의 근무 환경, 동료 의료진들 간의 관계 같은 점에서 다르거나 혹은 같은 부분이 있다면? 미국에서 간호사로의 전망이나 위치는?

 

의료 시스템은 한국과 미국 모두 잘 되어있는 것 같아요. 근무 환경은 한국 간호사 특유의 ‘태움’ 문화가 없어서 편한 것 같아요. 어딜가나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한국은 그 사람이 선배이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데 반해 미국은 꼭 그럴 필요가 없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요.

 

또 하나의 차이점이자 장점은 의사들과 동료처럼 일하고, 제 의견이 반영되는 분위기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서 vesicant 약물을 투여받아야 할 환자가 있을 때, 간호사를 꼭 불러서 정맥을 확인하곤 해요. 간호사가 확인을 한 후에 chemo port 시술의 필요성이 결정되기 때문이죠. 처음에 진찰실에서 교수님과 펠로우들이 “리연이 확인했으니까 리연 의견대로 해.” 라고 대화 나누는 걸 듣고 ‘와, 많이 다르구나’ 싶었어요. 진료에 좀 더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니까 하나라도 더 공부하게 되고, 일하는 것에서 재미도 좀 더 느껴지더라고요.

 

 

만약 의료사고가 발생 했을 때, 병원에서 의료진을 보호해주는지 아니면 개인적으로 사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지요? 미국의 병원들은 직원 혜택 면이나 기타 어떤 복지를 주나요?

 

미국에는 간호사 노동조합이 있어요. 여기 가입하면 내가 어떤 사건에 휘말렸을 때, 저를 보호해주곤 합니다. 의료소송에 휘말렸을 때 간호사 면허를 보호해주는 보험도 있다고 들었는데, 저는 가입하지 않아서 확실한 내용은 모르겠어요.

 

뉴욕의 모든 병원의 혜택을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일하는 병원에 대해서 알려드릴게요.

 

휴가는 1년에 32일 정도를 공휴일 빼고 쓸 수 있게 되어 있어요. 의료보험은 한달에 75불을 내면 저와 배우자, 자녀까지 적용되고요. 약값이며 수술비까지 모두 무료에요. (물론 특별한 치과 치료나 미용적인 것들은 별도에요.) 또 각종 놀이공원이나 영화, 공연, 식당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의사소통에 있어서 어려웠던 것은 없으셨나요? 혹시, 인종차별을 받으신 경험이 있으시다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합니다.

 

뉴욕은 매우 다양한 인종이 모여 있는 도시에요. 그런 도시의 중심에 살아서 그런지 인종차별을 받았다고 느낀 적은 아직까지 없었어요. 듣기로는 뉴욕이 다른 주들보다 인종차별 분위기가 많이 약하다고 들었어요. 예전에 대학에 다닐 때 방학 동안 호주로 짧게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인종차별을 겪은 경험이 있어서 얼마나 서러운지 느낌은 알지요.

 

 

첫 뉴욕 간호사로 시작하시던 그날이 기억나세요? 지금까지의 모든 임상 생활 속에서의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첫 근무 때는 정말 긴장했어요. 프리셉터를 따라다니며 병원 일을 배우는데, 낯선 영어 단어가 마구 등장하는 걸 따라하면서 업무까지 익히느라 정신 없었던 기억이 나요.

 

근무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만났던 췌장암 환자는 아직도 마음에 많이 남아 있어요. 진짜 다정한 분이셨어요. 서로 주말에 뭐 했는지 이야기하다가 제가 뉴욕 발레단 공연을 봤다고 한 적이 있거든요. 어렸을때 부터 발레를 했고, 지금도 취미라고 하니 너무 좋아하시며 자신은 음악을 전공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발레나 오케스트라 공연 보는거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한다고 했더니, 다음 번 치료 받으러 올 때 저에게 유명한 발레 음악을 CD로 만들어서 메세지와 함께 선물해 주셨어요. 그걸 받고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암 투병하는 생활에 정말 힘드실 텐데... 집에서 CD를 듣는 내내 눈물이 났어요. 그 후로 항암 치료를 받으며 너무 힘들어 하셨는데 지켜보며 안쓰럽고 속상하고..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곤 했어요. 그리고 몇 달 뒤, 암이 많이 전이가 되서 그 분이 돌아가셨어요. 그 분이 돌아가신 날 병원 간호사들이랑 추모하는 시간을 가지고 집에 와서 CD를 들으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나요. 이후로는 차마 그 CD를 다시 듣지 못하겠더라고요. 하지만 제 책장 위에 CD를 올려두고, 그 분의 얼마 남지 않았던 소중한 순간들을 함께 했다는 것에 감사하고 더 좋은 간호사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지곤 해요.

 

 

 

아무래도 먼 외국 생활하시는데, 다시 한국에 돌아오시고 싶지는 않으세요? 근무가 아닌 날에는 따로 즐겨 하시는 취미활동이나 일이 있으신가요?

 

부모님을 자주 뵐 수 없다는 것이 제일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까지 향수병을 앓은 적은 없어요. 뉴욕에 온지 3년 정도밖에 안됐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1년에 적어도 한번은 꼭 한국에 가서 2주씩 머물다 오니까 아직은 한국이 그렇게 아쉬움이 크지는 않습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그리워서 가끔 외로워지기도 하지만 카톡도 많이 하고, 또 블로그에 저를 응원해주시는 팔로워 님들이 있어서 향수병 한번 겪지 않고 씩씩하게 생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뉴욕에 한국 친구들이 많이 없는데, 블로그에 가면 많은 한국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관심도 주셔서 정말 많은 힘이 되더라고요. 특히 같은 간호사 분들이 해주시는 응원은 정말 비타민과 같답니다.^^

 

근무가 없는 날에는 뉴욕을 마음껏 즐깁니다. 전시회를 보러 가거나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하죠. 뉴욕에서 열리는 재밌는 이벤트들에도 많이 참여하곤 합니다. 뉴욕 사람들은 뭐든지 같이 하는 것들을 좋아해요. 요즘은 저도 요가/운동을 같이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센트럴파크에서 무료로 보여주는 영화나 연주회를 들으러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물론 저의 일상들을 블로그에 공유하면서 이웃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요.^^

 

 

앞으로의 계획과 해외 간호사를 희망하는 많은 분들께 조언과 인사 말씀 부탁 드립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계속 행복한 간호사로 남는 것입니다. 간호사로서의 꿈은, 퇴직하는 순간이 왔을 때 "아, 나는 간호사로 참 알찬 인생을 살았구나. 간호사로 살아서 행복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에요. 한편으로는 아직도 호기심이 가는 일들에 열심히 기웃거리고 꿈을 꾸고 있어요. 저의 작은 꿈들을 조금씩 이뤄가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

 

이번에 낸 책 <간호사라서 다행이야>도 그 중 하나에요. 간호사의 소소한 성장과정을 들려주는 책은 없었던 것 같아서 제가 용기내어 도전해 봤어요. 부족한 책이지만 도움이 됐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다음 책도 천천히 준비해 보고 싶어요.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데 앞으로 학교를 졸업한 후에 어떤 파트로 전향을 할지 고민 중이에요. 중환자실에 관심이 많아서 항상 마음에 두고 있지만 항암파트에도 열정이 있어서 아직도 열심히 고민 중이에요. 그리고 학교가 끝나고 여유가 된다면, 서울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던 것처럼 뉴욕에서도 하고 싶어요.

 

간호사라는 직업은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확실히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정말 힘들고 인내심이 많이 필요한 직업이고요. 또한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에 그 어떤 직업보다도 보람도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있기도 하고요.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는 무작정 저질러 놓고 하시는 것보다는 오래 걸려도 자신의 형편에 맞게 계획을 세우는게 좋을 것 같아요. 미국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신다고 하셔도 아직도 미국의 취업문은 좁고, 비자 문제들도 있어 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닳으실거에요. 하지만 계속해서 법도 바뀌어가니 준비되어 있는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간호사로서 어떤 꿈, 어떤 모습을 마음에 품고 계시든 구체적으로 계획을 잘 하셔서 행복한 간호사가 되셨으면해요. 한국에 계신 모든 간호사들이 간호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자랑스러운 간호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간호사 화이팅!

 

 

 

 

 

 

#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인터뷰의 시간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Nurscape 편집부(nurscape@nurscape.net)
※ 상시 인터뷰이 모집 中 연락주세요^^(상세내용: http://goo.gl/Q0iF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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